정치권의 4·15총선 시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민주당과 통합당이 25개 지역구의 후보자 선정을 끝내면서 대진표가 완성됐고, 26~27일에는 후보자등록이 진행된다. 그러나 전염병이 휩쓸면서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역민들에겐 선거도, 정치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또 정치 없이 살아갈 수 없기에 마뜩잖은 정치일지라도 이를 외면하지 않고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대구·경북에서 정치라면 보수정당인 통합당이 늘 관심 순위 최상위에 놓인다. 그래서 선거 때면 통합당 공천 결과를 놓고 시도민들은 평가를 하곤 한다. 그게 선거 과정에 반영될 거란 기대도, 그로 인해 정치가 달라질 거란 희망도 별로 품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그렇게 한다. 아마 다음번엔 좀 더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일 거로 생각한다.

얼마 전 통합당의 TK 공천 결과가 발표된 후 SNS에는 ‘보수 중도정당에서 공천받는 법’이란 글이 한동안 떠돌았다. 거기에 나온 몇몇 글이다. ‘어려울 때 당을 지키지 말라. 탈당했다가 복당하는 게 더 대접받는다’ ‘보수정당에서 절대로 당협을 맡지 마라. 맡으면 종처럼 부리고 팽 당한다’ ‘보수는 민주주의보다도 기회주의가 살아남는다’ 등등.

지역 정치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이라면 각 조건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바로 꼽을 정도로, 특정인을 흠집 내거나 편들려는 의도가 분명히 읽히는 글이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크게 틀린 말이 아니라면서 공감하는 걸 보면 통합당에서도 한번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왜 이런 류의 글이 선거 때마다 돌아다니고 일부에서지만 공감을 얻게 되느냐는 것이다. 통합당의 TK 공천 결과가 이번에도 그 빌미를 제공했다는 데는 별로 이견이 없을 듯하다. 당장 지역에서는 ‘기원전(기준, 원칙도 없고 전횡만 있는) 공천’이니, ‘낙하산 공천’이니, ‘지역은 안중에도 없는 공천’이니 하는 말이 나왔고, 또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통합당 공천에서 TK에서는 현역 의원 중 6명이 탈락했다. 현재 이들 중 상당수는 무소속 출마를 고민 중인 걸로 알려지고, 또 이들이 힘을 합쳐 무소속연대를 결성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아무튼 통합당에 험한 지역정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 이런 지역 분위기를 바라보는 통합당 지도부의 생각은 어떨까. 경험상 그 예측이 아주 어려워 보이진 않는다. 낙천자들의 무소속 출마는 늘 되풀이됐던 터라, 당으로서 관심을 가질 만한 거라곤 그들의 출마로 인해 혹시라도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지 않을까 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낙천자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 복당을 불허해야 한다는 공관위 측 주장 정도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답답해야 할 사람들은 이런 과정을 늘 지켜봐야 하는 지역민들이다. 언제까지 그들만의 리그를 바라만 볼 것이며, 핑퐁 게임을 하듯 그들끼리 주고받는 금배지 아래 줄서기만 할 것이냔 말이다.

이번에 공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의 면면을 봐도, 그들 역시 4년 전이나 그 전 선거에서 지금 자신들이 비판하고 있는 공천 잣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였다. 직전 총선 때도 박근혜키드 얘기가 있었고,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사천, 막천으로 지역이 난리 통을 겪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과 같은 통합당 공천 구조에 당사자로서, 또는 방관자로서 책임 있는 그들이 또 공천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부끄럼도, 염치도 모르는 정치인들에게 변화의 주체가 되길 기대하는 건 암만 봐도 무리일 듯하다. 특히 깃대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TK를 생각하는 통합당에 이 지역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주길 기대하는 건 더 그럴 것 같다.

믿고 맡겨만 놔선 안 된다면 이젠 지역민들이 정당이, 정치인들이 변화하도록,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게 상황을 그렇게 만들어내자. 낙하산 공천받은 자에게는 표 주지 말고, 지역민은 안중에 없거나 지역이 어려울 때 앞장서지 않은 이에게는 우리도 눈길 주지 말자. 통합당은 늘 TK에 대해 우리 안방이라고 하는데 언제 여기를 제대로 안방 대접해 준 적이 있었던가 묻는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