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최근 대구시의회 임시회 도중, 퇴장하는 소동을 벌여 구설수에 올랐다. 권 시장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야전 사령관인 권 시장이 업무 과중에 시달린 나머지 시의원의 추궁에 흥분, 과잉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5일 열린 대구시의회 임시회서 발생한 일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권 시장이 코로나19 극복과 지역 경제 안정화 목적의 긴급 추가경정예산안 제출에 따른 제안 설명을 한 뒤 더불어민주당 이진련 의원의 의사 진행 발언이 발단이 됐다.

권 시장이 추경예산안과 관련, “긴급 생계지원은 3월30일 공고 후 검증 과정을 거쳐 4월10일부터 5월9일까지 30일간 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시장의 제안 설명 후 이 의원은 “권 시장은 긴급 생계지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이 의원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권 시장은 회의장 밖으로 나가 버렸다.

본 회의에 앞서 민주당 시의원들이 ‘긴급 재난자금 즉각 집행하라’는 피켓 시위를 벌여 권 시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터였다. 지역 언론도 긴급 생계지원을 늦춰서는 안 된다며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대구시장이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가는 것은 좋다. 하지만 지급 시기를 앞당기라는 여론의 큰 흐름을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라 대구 시민 모두가 피로감을 느끼고 심리적으로 예민해져 있다. 권 시장도 지난달 20일 이후 한 달 이상 사무실에서 야전침대 생활을 하며 상황을 챙기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시민들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권 시장은 긴급 재난자금 지원과 관련, 자신도 “절박한 심정으로 기다리는 시민을 생각하면 늦은 감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난 자금 지급 작업이 방역 작업 못잖게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며 오히려 시의원과 시민들의 이해와 응원을 구했다.

물론 대구시 행정이 방역 작업에 선거 사무까지 겹쳐 어려운 점은 없지 않다. 또 공무원들이 방역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이해한다. 하지만 민주당 시의원의 발언에 발끈해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권 시장의 모습은 시민들에 대한 자세가 아니다. 대구시의 늑장 대응이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컨트롤타워인 권 시장이 감정적으로 격한 모습을 보인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시민단체의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오직 대구시민만을 바라보며 행정을 하겠다고 한 권 시장이다. 시의회 본회의장 퇴장은 대구시 수장의 품격을 깎아내렸다. 권 시장은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해야 했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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