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급박했던 한 주가 지나갔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무제한 양적완화와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조 2천억 원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의 상원 가결로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주식시장이 급반등하며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미국과의 6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통화스왑 체결로 국내 달러화 기근 우려가 수그러들었다. 100조 원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과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 무제한 매입 결정으로 시중유동성 부족 때문에 일어날 금융시장의 혼란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을 포함한 2차 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해 논의 중이고, 각 지자체들은 이미 재난기본소득을 반영한 긴급 추경을 속속 편성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책들 덕분에 일단은 비극적인 시나리오가 만연하던 주식시장은 급 반전을 보였고, 외환시장도 조금씩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한국은행이 의도한 바와 같이 시중 금융기관들이 기업들에게 충분한 유동성을 지원하게 되면, 기업경영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재난기본소득이 본격적으로 지원되는 이달부터는 지역경제의 불안정감과 악화된 가계심리도 어느 정도는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최근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을 살펴보면 이런 정책당국의 노력이 시장의 기대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정책들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취약 가계나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은 여전히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에 목 말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취약 가계 측면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이 국가재정이나 형평성 등 그 적절성을 떠나 매우 중요한 이슈이고 지금 다른 무엇보다 필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전반적인 경제여건을 고려해보더라도 그렇다. 세계적으로 국경이 봉쇄되고 생산활동이 극도로 위축된 지금 소비기반마저 흔들린다면 얼마나 큰 피해를 겪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우리 경제가 0%대 성장에 머물게 된다면 코로나19 이후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재정적 희생을 치러야 할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보편타당하고 효율적인 재정의 활용방법을 두고는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가계가 직접 쓸 수 있는 실질가처분소득을 어떤 방식으로 든 늘려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것이 비판에 마지않는 현금살포든 감세든 사회보험료 감면이든 말이다.

소상공인이나 기업에 대한 지원책에도 현장감이 부족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당장의 가계 운영 자금을 융자받기 위해 새벽부터 긴 줄을 서서 기다리다 못해 신청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나마, 좀 더 많은 자금을 빌리려면 갖가지 서류에 긴 심사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는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수주 물량이 있는 곳은 아직 버티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3~6개월 후면 죽음의 계곡 앞에 서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국내 항공사들은 물론 이외 업종에서도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은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벌써 300만 명 이상의 대량 실업이 발생한 미국처럼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지 답은 나온 것 같다. 가계나 기업이나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어 이전의 상황으로 안정화 될 때까지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생활과 현업 유지를 위한 자금이고 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는 실업을 막는 일이다. 지금은 국가재정이든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든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필요한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직접 유동성이 흘러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도덕적 해이마저도 눈감으면서까지 해 달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방패가 없어 싸울 수 없다고 오히려 시장을 설득하려 하는데, 정작 설득이 필요한 것은 정책당국 상호 간인 것 같다. 아무쪼록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주길 바란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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