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희망을 찾아…



▲ 천영애 시인
▲ 천영애 시인
바그다드 카페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희망을 찾아”

코로나 19가 이 도시를 강타하여 많은 상처를 남기고 지나갈 무렵, 자발적 격리라는 생전 처음 해보는 상황의 지루함을 견디기 힘들어 동네 카페에 나갔더니 귀에 익숙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제베타 스틸이 부른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주제곡인 Calling you였다.

이 음악과 함께 남편과 싸우고 사막에 혼자 내렸던 뚱뚱한 독일 여자 야스민과 사자 머리를 한 흑인 여자 브렌다와 함께 모하비 사막의 황량한 풍경도 떠올랐다.

라스베이거스 근처의 모하비 사막에 혼자 버려진 야스민이 펼쳐나가는 삶의 모습은 우리에게 잔잔한 행복감을 준다.

남편과 싸운 야스민은 사막 한가운데에 커다란 짐가방 하나만 들고 내려서는 터덜터덜 걸어 고속도로변에 있는 바그다드 카페에 도착한다.

카페의 커피머신은 고장 났고, 게으른 남편은 빈둥거리고, 아직 어린 아들은 아이를 낳아놓은 채 피아노만 쳐대고 딸은 동네 건달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는, 희망이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나날을 살아가던 카페 주인 브렌다 역시 사막의 한 가운데 버려진 여자이다.

극도로 삶에 지쳐 버리면 타인에게 적개심을 가지게 되고 무관심해지는 법, 카페의 주인인 브렌다는 고함과 짜증으로 나날을 살아가는데 야스민이 그 카페에 오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야스민은 먼지가 가득한 카페를 청소하고 마술을 배워 카페 식구들에게 웃음을 퍼트리기 시작한다.

사막에 버려진 야스민과 게으른 남편을 쫓아내고 살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브렌다는 어느 순간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카페에는 야스민의 마술을 보러 온 트럭 운전사들이 넘쳐나고 저녁마다 마술쇼와 함께 웃음이 퍼져나간다.

야스민의 선하고 밝은 성격과 삶에 지쳐 웃음을 잃어버린 브렌다가 드디어 카페에 웃음이라는 바이러스를 만들어 낸 것이다.

희망은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는 묘한 것이지만 인간은 희망없이는 살 수 없다. 지금의 우리가 그렇다. 사람을 만나자니 전염병이 두렵고, 가게에는 사람들이 찾아들지도 않고, 물건은 소비되지 않아 멈추어 선 공장이 늘어난다.

불안이 짙게 내려앉은 도시에는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고 허공을 떠다니는 공기조차 전염병을 퍼트릴지 몰라서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이곳에도 불안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료진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고, 시민들을 돌보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마스크를 집으로 배달해 주고, 누군가는 코로나에 걸린 장애인 곁을 떠나지 못해 숙식을 함께 하고 또 누군가는 이 도시로 달려와 준 의료진들에게 음식을 보내준다. 그들로 인해 아직 우리에게는 절망보다 희망이 더 많다는 것을 배우며 그래서 삶이란 한번 살아볼 만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이다.

희망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던 브렌다도 마음이 따뜻한 야스민을 통해 아름다운 삶에 눈을 떠가고 희망이라는 낯선 돛단배를 카페로 끌어들인다.

제61회 아카데미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된 불후의 명곡 Calling you를 비롯해서 시애틀국제영화제 작품상, 아만다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바바리안영화제 각본상, 세자르영화제 외국어영화상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쓴 이 영화는 코로나19로 지친 우리를 잠시나마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천영애(시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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