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 강진은 지열발전사업 주체와 관련 기관의 총체적 부실 관리에서 비롯한 ‘인재’라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포항지진의 ‘전조’ 성격으로 그해 4월 발생한 규모 3.1의 지진 이후에도 유발지진 확인 절차와 지진 위험도 조사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강진을 피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으로 지적됐다. 지진은 그로부터 7개월 뒤 발생했다.

이번 감사 결과는 지난해 3월 정부조사연구단의 ‘포항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결론에 이어 거듭 확인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인과관계다. 허술한 사업 관리와 형식적 중간 평가만 아니었다면 포항지진을 겪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지난 1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는 산업부, 에너지기술평가원, 지열발전 컨소시움 등 관련기관의 위법·부당 사항이 총 20건 드러났다. 무리한 사업규모 확대, 부실한 안전관리 방안, 관리 감독 소홀 등이 주된 내용이다.

특히 강진에 앞서 발생한 여러 차례 소규모 지진, 지열사업과 관련한 해외 사례 등을 통해 지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사업을 강행한 대목이 드러나 충격을 준다.

지열발전 컨소시움은 스위스 바젤에서 발생한 규모 3.4 지진으로 지열발전 사업이 중단된 사례를 확인하고도 ‘미소진동 관리방안’에 대한 기관 간 협의와 보고는 물론이고 지역 주민에 대한 설명을 않았던 사실도 지적됐다.

또 컨소시움은 안전수칙인 ‘신호등 체계’를 만들면서 세부 내용을 산업부, 에너지기술평가원 등과 협의하지 않았다. 신호등 체계는 물을 주입하는 수리자극에 따른 유발지진 규모를 관측해 녹·황·적색으로 구분한 뒤 주입 압력과 유량을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감사원은 적색단계에 해당하는 지진발생 시 수리자극을 중단하고 정부기관 승인을 받은 후 재개하는 내용이 신호등 체계에 포함돼야 하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발전소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3.1 지진 후에도 수리자극이 계속됐다. 이에 따라 그해 9월 5차 수리자극 두 달 뒤 강진이 발생했다.

포항지진의 원인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가 1일 뒤늦게 출범했다. 포항지진특별법이 이날부터 시행된데 따른 구체적 후속 조치다.

전문성과 중립성을 고려해 선정된 위원들은 유사사례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지진발생의 원인과 사업 추진과정의 적정성을 조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 제도와 정책개선 방향 등도 마련해야 한다.

또 조만간 구성될 피해구제심의위원회는 공정한 심의를 바탕으로 실질적 피해구제와 피해지역 거주여건 재건 등이 서둘러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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