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문제, 코로나19 보다 더 무섭다

김시욱

애녹 원장



이른 아침 집을 나설 채비를 한다. 준비해 둔 라텍스 장갑을 끼고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한다. 그 위에 KF94가 표기된 마스크를 하나 더 착용하면서 갑작스레 실없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요즈음 유행하는 우스갯소리로 양쪽 주머니 가득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이 있으면 갑부라니 나도 부자임이 분명하다. 한 달여 가까이 스스로 자가 격리의 삶을 살아왔기에 오랜만의 외출은 차라리 낯설기조차 하다.

대구학원총연합회가 주관하는 자원 방역단의 첫 일이기에 늦지 않게 수성구청에 도착했다. 이미 여러사람들이 구청에서 지원한 소독약과 분무기, 방호복을 착용하고 방역작업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3명이 1조가 되어 일대 상가와 다중시설 그리고 가정집을 촘촘히 방역했다. 처음해 보는 일이라 서투른 몸짓이지만 지역의 위기극복에 일조한다는 열정은 온몸 가득 땀으로 대신한다. 소독약이 떨어지기 무섭게 단체 톡이 작동하고 주변을 순환하는 승합차 팀에서 재충전을 한다. 3시간 동안 쉼 없이 진행된 방역작업은 분명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상황적으로 함께 점심을 나눌 수 없기에 준비한 도토리 떡을 받아 쥐고 귀갓길에 올랐다.

떠나는 분들의 웃음 이면에 담겨진 슬픔과 걱정이 가슴을 죄는 듯 하다. 전국 학원들 중에서 94%의 휴원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구 학원들이기에 경제적 상황은 무엇보다 팍팍하다. 더구나 종료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무기한 휴원 상황이기에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고정 지출로 이어지는 건물세, 제반 사용료 그리고 강사료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강사 해고와 폐원 그리고 줄도산으로 이어질까 두렵다.

자원 방역봉사단을 발족하고 어느 직업군 보다 먼저 자진 휴업에 들어간 그분들에게서 백조의 우아함을 발견한다면 지나친 비약이 될까? 백조의 단순히 보여 지는 화려한 우아함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자원봉사라는 행위에 초점을 두고 찬사를 보내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보여지는 게 다가 아니다’란 말이 있다. 백조의 우아함 속에 숨겨진 힘든 고통의 노력을 이 말로서 대신할 수 있는 듯하다. 눈부신 깃털과 우아한 유영을 위해 쉼 없이 움직여야 하는 백조의 발은 지금의 그분들이란 생각마저 든다. 교육현장의 한 축을 담당하며 선생님이란 호칭을 받지만 교육제도의 전환과 개정의 과정을 겪을 때마다 비난과 공격의 대상은 사교육이었음이 자명하다. 지금의 상황 또한 학원이라는 직업군이 갖는 특수성으로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는 극단적 상황에 처해있지만 그 어떤 정부 지원책도 학원을 대상으로 한 것은 없다. 사교육은 우아함을 가장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살아남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과 좌절 그리고 도산은 오직 일부 직군 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인 추세로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항공유, 휘발유, 경유 등 교통 유류의 수요 하락과 맞물려 OPEC회원국들 사이의 갈등은 국제유가를 급락시켜 왔다. 국내 정유사들의 1분기 영업적자가 2조 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와 현대 오일뱅크를 비롯한 국내 4대 정유사들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국가간 대외 봉쇄령은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진 항공 산업을 붕괴시키고 승무원과 기장들의 무급휴가와 해고로 이어지고 있다. 불안감의 표출로 IMF가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극단적으로 세계대공황으로 발전할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역설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분명 시기적으로 위기상황임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위기상황 대처에 대한 콘트롤 타워의 존재와 역할은 세월호를 통해 뼈저리게 배워왔고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선거에서 이기고자 진영논리를 앞세운 책임전가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우리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능력은 민주적 방법과 의료시스템과 의료진의 역할, 성숙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투명성을 통한 통계의 신뢰도와 자유로운 언론 환경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데 일조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정책과 시민 참여는 위기극복을 위한 화합과 비젼의 전형적 모습이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코로나19라는 거대한 괴물과 싸워가고 있다.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선거를 통해 우아함이라는 열매 만을 취하려 한다면 여·야 모두 비난 받아야 한다.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타협의 정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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