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넘기려면 냉정해져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수습의 최전선에 있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더욱 그렇다. 최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과 혼선을 보면 ‘마음만 급한 것 아닌가’,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취약계층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극심해져 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 대해 가구당 100만 원(4인 가족 기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상한 상황에 긴급하게 지원에 나서겠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긴축예산을 편성하든 국채를 발행하든 재원은 한정돼 있다. 긴축이 지나치면 국가가 해야 하는 필수적 사업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국채를 과도하게 발행하면 재정 안정이 흔들리게 된다.

---꼭 필요한 계층 핀셋 지원하는 것이 기본

현금 지원은 많은 국민에게 용돈 수준으로 나눠주기보다는 꼭 필요한 계층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핀셋 지원’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정부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발표부터 앞세웠다. 관계 부처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국민들의 의문에 대한 답변이 궁색하기 짝이 없다.

가장 큰 관심은 하위 70%의 기준이 뭐냐는 것이다. 뒤늦게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은 숙지지 않고 있다. 고가의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어느 선까지 반영할 것인가. 일단 고액 자산가를 배제하겠다는 원칙만 확인했을 뿐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결정은 무엇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양한 측면의 세부 검토 없이 덜컥 정책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수순이 꼬였다.

지원금 논란의 불은 3월 초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당겼다. 전 국민에게 10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가세했다. 정부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 도지사는 전격적으로 모든 도민에게 1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1조3천억 원이 넘게 든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돌출행동이다. 엄청난 예산을 푼돈으로 만든 것이다.

이후 여러 지자체가 지급 대열에 동참했다. 기준이 없으니 금액과 대상도 들쭉날쭉이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정부가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지자체를 다독거려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하자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간만 끌다 가이드라인 제시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대부분 지자체의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기준을 넘는 경우가 없다.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비교적 합리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달랐다. 지자체보다 늦은 것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통 크게 70%를 설정하고 등장했다. 당정 협의과정에서 기재부의 50% 안은 묵살됐다. 가능한 한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민주당안이 채택됐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치적 판단’이 낙점을 받은 것이다.

일정 수준의 고정 급여를 받는 가구에 긴급지원금을 주더라도 의도한 대로 소비 진작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계획된 소비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효과는 크지 않고 재정부담만 키우게 된다.

이중 삼중의 지급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다수의 광역지자체가 지원을 발표한 상태다. 일부 기초지자체도 나섰다. 정부 지원을 포함하면 같은 목적의 나랏돈을 삼중으로 받는 사람도 나타나게 된다. 전혀 못받는 사람도 있는데 형평성 논란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위기는 이제 시작…시행착오 용납 안돼

지자체 부담과 관련한 반발도 터져나온다. 정부는 총 9조1천억 원 규모의 지원금 중 2조 원은 지자체 부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이미 자체 지원을 시작해 여력이 없기 때문에 정부 지원은 100% 국고로 보전해 달라고 한다. 지자체 몫 20%를 분담하지 않고 정부지원 80%만 주민에게 전달하겠다고도 한다. 혼란스럽다. 이 역시 정부의 사전 조율 미흡에 따른 자업자득이다.

코로나 위기는 이제 시작일 수 있다. 산업 경기가 급전직하로 식어간다는 통계도 나온다. 이번 한번 지원금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장기화되면 그때는 어쩌나. 정책의 시행착오가 용납되지 않는 엄중한 시기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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