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공백 딛고 주요 백화점 갤러리 이달 들어 다시 문 열어

▲ 코로나19로 휴관에 들어갔던 지역백화점 갤러리들이 한 달간의 긴 공백을 딛고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대백프라자갤러리, 김기창 화백의 '아기예수 탄생' 판화 작품
▲ 코로나19로 휴관에 들어갔던 지역백화점 갤러리들이 한 달간의 긴 공백을 딛고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대백프라자갤러리, 김기창 화백의 '아기예수 탄생' 판화 작품
코로나19 여파로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던 지역백화점 갤러리가 한 달간의 긴 공백을 딛고 하나 둘씩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전시 공백 사태를 경험한 백화점 갤러리는 쇼핑센터에 자리한 특성 때문에 그동안 백화점 정기휴점일 외에는 문을 닫는 경우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사태는 백화점 갤러리도 비켜갈 수 없었고, 사상초유의 장기 휴관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최근 들어 지역에 신규 확진자가 줄어드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을 보이자 갤러리도 한 달간의 침묵을 깨고 정상 운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시 문을 연 각 백화점 갤러리는 지난 달 예정이었던 작품전을 한 달 미뤄 이 달에 선보이거나 휴관 전에 전시하던 작품전의 기간을 늘리는 등 코로나19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지역 갤러리 큐레이터들이 소개하는 코로나19 이후 첫 작품전을 들여다 본다.

▲ 대백프라자갤러리, 김기창 화백의 '십자가를 지고' 판화 작품
▲ 대백프라자갤러리, 김기창 화백의 '십자가를 지고' 판화 작품
▲대백프라자 갤러리

지난 달 1일부터 코로나19로 잠정 휴관에 들어갔던 대백프라자 갤러리가 7일부터 부활절 기획전 ‘유명작가 성화(聖畫) 특별전’으로 다시 문을 연다.

오는 2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특별전에는 한국화가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30여 점이 선보인다.

운보는 한국전쟁 와중에도 한국적 정서가 담긴 성화를 조선 풍속화로 제작했다. 제1화 ‘수태고지’를 시작으로 ‘아기 예수 탄생’, ‘동방박사 경배’로 이어지는 예수의 삶을 한국인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1954년 서울 화신백화점 갤러리에 첫 선을 보인 이후 국·내외에 커다란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또 화가이면서 판화가, 도예가로도 활동했던 화가 정규의 ‘교회풍경’, ‘십자가상’ 등 유화작품과 판화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정규 작가는 1957년 록펠러재단 초청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로체스터인스티튜트에서 도자기를 연구한 후 도자기와 민화에만 전념해 오던 화가다. 이화여대, 홍익대, 경희대 등에서 후학을 양성했고, 한국판화가협회, 모던아트협회, 구상전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이외에도 지역 출신으로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변종곤 작가의 ‘Is That Your Final Answer’, ‘Is God Dead?’는 현대미술로 바라본 예수의 모습과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이번 성화전에 전시됐다.

대백프라자갤러리 김태곤 큐레이터는 “이번 성화 특별전에는 예수의 삶과 부활의 의미가 담긴 운보의 판화 작품 30점을 비롯해, 현대 조각계의 원로 최종태 작가의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 같은 작품들도 볼수 있다”며 “특히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은 삶과 종교,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평생의 과제로 삼고 있는 최종태 작가의 예술세계를 간결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고 설명했다.

▲ 대구롯데갤러리,최연주 작가의 Wedding Day
▲ 대구롯데갤러리,최연주 작가의 Wedding Day
▲대구 롯데갤러리

2월 말부터 휴관에 들어갔던 대구 롯데갤러리는 당초 지난 3월에 개최할 예정이었던 ‘청년작가 초대전 기림살롱 두 작가가 담아내는 러브스토리’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 3월 화이트데이에 맞춰 러브스토리를 주제로 준비했던 지역 신진 작가들의 작품전인 이 전시는 코로나19로 갤러리가 문을 닫으면서 한 달가량 전시가 미뤄지다 이달 들어서 문을 열었다.

롯데 갤러리의 ‘청년작가 초대전 기림살롱 두 작가가 담아내는 러브스토리’전은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여자 둘이 그리고 만드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림살롱(girimsalon)의 ‘기림’은 그림의 경상도 방언으로, 순수 창작 캐릭터를 다양한 작품과 아트상품으로 선보이는 기림살롱의 이번 초대전은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사랑’을 주제로 한 이번 초대전은 기림살롱의 배진희·최연주 두 작가가 보여주는 개성 넘치는 작품세계를 볼 수 있다.

배진희 작가는 ‘해야’라는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해(海)야는 잔잔하고 평화로운 바다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으며, 함께 등장하는 고래는 늘 ‘해야’ 곁에 있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 등등 고래를 통해 투영되는 대상과 함께 둘만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최연주 작가의 그림에는 안경을 쓰고 있는 눈썹이 짙은 곰 ‘오스(Ours)’가 등장한다. 작가는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며 오스 캐릭터를 만들게 됐고, 오스를 통해 일상의 이야기를 전한다. “누군가가 오스 시리즈 그림을 보며, 사랑하는 이와 함께 했던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작품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롯데갤러리 서호상 큐레이터는 “이번 ‘LOVE STORY: 기림살롱’展은 ‘사랑’을 주제로 한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기림살롱의 마음이 관람객에게 전달되는 기분 좋은 전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현대백화점갤러리H, 이왈종, 제주생활의 중도
▲ 현대백화점갤러리H, 이왈종, 제주생활의 중도
▲현대백화점 Gallery H

앞서 이달 초부터 현대백화점 Gallery H도 기획전시인 이왈종 개인전으로 갤러리 문을 다시 열었다.

제주도의 자연 풍광과 일상의 희로애락을 특유의 해학과 정감 어린 색채로 표현하는 우리나라 대표 화가 이왈종의 개인전은 다음달 4일까지 이어진다.

이왈종 화백은 제주도에 정착한 후 현재까지 20여 년 동안 ‘제주 생활의 중도’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제주 생활의 중도’시리즈는 인간 중심의 시각을 탈피한 세상 만물은 모두 평등하다는 중도(中道)의 철학에서 시작됐다.

현대백화점 Gallery H 조수현 큐레이터는 “화가 이왈종 개인전은 전통적 관념의 동양화가 추구하던 이상화된 풍경에서 벗어나 일상과 꿈이 화합된 작품세계를 보여 준다”며 “특별히 이번 전시 주제를 ‘왈종 미술관과 함께 하는 ART POP UP’으로 이름 붙였다”고 소개했다.

한편 지역 백화점 갤러리는 당초 이 달 전시 예정이었던 작품전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등 남은 전시 일정 재조정에 들어갔다. 지난 3월 전시 예정이던 작품전을 한 달 미뤄 이 달에 소화하느라 남은 전시 일정 잡기가 쉽지 않은 때문이다.

지역 백화점 갤러리 관계자는 “지난 한 달간의 공백으로 남은 전시 일정을 재조정하는 게 불가피한데 전시기간을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조금씩 줄이더라도 가능한 많은 작가의 작품을 전시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 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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