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오후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휴대폰 활용과 쪽잠을 청하며 휴식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 지난 4일 오후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휴대폰 활용과 쪽잠을 청하며 휴식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피해가 가장 극심한 대구의 상황이 다소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해외유입, 종교집회 등의 위험 요인은 여전히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게 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구 완치율 70%를 넘긴 일등공신인 의료진들이 지쳐가고 있어 또다시 닥칠지도 모를 위기상황을 더욱 우려스럽게 하고 있다.

이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해가고 날씨마저 더워지면서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루하루가 전쟁…건강마저 위협

지난 3일 오전 11시 코로나19 치료 거점 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이날 기준 음압병실에 입원한 확진자 수만 282명에 달했다.

하루 3조 3교대로 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은 방호복 착용에 분주했다. 20~30분 걸려 입고 나자마나 온몸은 땀으로 흥건해진다. 이런 상태로 2시간 넘게 확진자들을 간호하며 버텨야 한다.

최근 더워진 날씨가 더욱 원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교대 후 땀으로 범벅이 된 방호복을 벗은 이들은 곧장 의료원 별관에 있는 휴게실로 향했다.

이곳에서 땀을 식히고 단잠을 청하기도 한다.

2시간 동안의 꿀맛 같은 휴식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또다시 방호복을 착용하고 코로나와 사투를 벌여야 한다.

◆신체적·정신적 피로 극에 달해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가정의학과 이재혁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 완치를 위해 매일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이 교수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했고, 지원 업무가 장기화되면서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근무했던 각자의 역할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의료 업무가 장기화되면서 우리가 언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는 생각이 많다”며 “의료진 직종에 따라 전문성을 살릴 수 없는 업무 가중이 지속된다면 혹시 모를 자괴감 또한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PAPR’라는 방호복을 착용하는데 이전 ‘레벨 D’보다 성능 면에서 월등해 그나마 땀 홍수가 덜한 편이다”며 “방호복 후드는 원래 1회용이지만 수급이 쉽지 않아 소독을 해 재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병원 조화숙 간호교육행정팀장은 “의료진을 위한 질적인 보호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팀장은 의료 센터 내 모든 간호 파트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간호사들의 건강이 더욱 걱정이다. 방호복으로 인한 체력 소진과 심신 미약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며 “최근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환자 케어 업무에 강도가 상당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어 의료진들을 위한 확실한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무기력해지는 ‘번아웃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업무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함께 심리적인 측면을 해소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직 안심 못해…조금 더 버티자!

대구시의사회 이상호 코로나19 대책부본부장은 “최근 확진자의 감소에 따라 의료진도 다소 한숨 돌리게 됐지만, 여전히 환자를 전담 관리하는 의료진은 엄청난 업무강도로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려면 감염 내과나 호흡기 전문 등 전공의 충원을 통해 한정된 인력과 자원을 보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부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수록 사회 일반에서 경각심을 갖고 행동해 입원할 수준의 중증 환자를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집단 확진자로 인해 자칫 의료진과 의료시설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부본부장은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때문에 의료진들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이제는 대내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자칫 의료진들의 부담이 가중돼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장기간 시달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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