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대

변호사



코로나19에 대한 감염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감염방지나 확산방지를 위해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뤄지고 있다. 적당한 거리두기는 질병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지혜이기도 하다. 레바논 출신의 미국 이민자인 칼린 지브란의 시 ‘결혼에 대하여’에서 사랑의 거리두기를 언급한다.

함께 있지만/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 말라/ 너희 두 마음의 기슭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하나의 잔으로 마시지 말고/ 서로 잔을 채워주라/ 하나의 빵으로 먹지 말고/ 너의 빵을 상대방에게 주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라/ 그러나 서로 혼자 있게 하라/ 류트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서로 혼자이듯이

너의 마음을 주라/ 그러나 서로 마음을 소유하게 하지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 마음들을 담을 수 있나니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 말라/ 사원의 기둥도 떨어져 있고/ 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 자랄 수 없나니

오랫동안 질병은 인류의 적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질병이 퍼지면 악마나 사탄의 짓이거나 인간의 악행에 대한 신의 저주로 여겨지기도 했다. 기독교 성경에도 질병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한다. 신약 속의 구세주인 예수는 수많은 병든 이들을 고친다. 눈 먼 이의 눈과 말 못하는 이의 입을 열게 하고 심지어 죽은 이를 살리기도 한다. 비유적이든 실제적이든 질병에 대한 치유는 악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졌다.

구약성서에서 ‘욥’의 이야기에도 질병이 등장한다. 욥은 흠 없는 사람이다. 올곧으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는 사람으로 성서는 표현한다. 하느님은 그런 그를 사탄의 손에 맡겨 모든 재산과 자녀들을 잃게 할 뿐만 아니라 마지막에는 잿더미 속에 앉아 있는 그의 온 몸에 피부병까지 번지게 한다. 욥은 피가 나도록 질그릇 조각으로 몸을 긁는다. 보다 못한 욥의 아내는 그에게 “차라리 하느님을 저주하고 죽어 버려라”고 울부짖는다.

욥이 고통에 빠져 절망할 때 그의 세 친구 엘리파즈, 빌닷, 초바르가 찾아온다. 그들은 욥을 동정하며 욥을 위로한다. 그러나 욥이 자신은 죄 없이 고난을 겪고 병들게 되었다며 세상과 하느님에게 항변하는 것을 듣고 병들고 고통 받는 것은 인과응보라고 욥을 비난한다.

욥은 자신의 고통과 병에 대해 “내가 무엇을 잘못하였나?”라고 반박하지만 욥의 친구들은 욥에게 병들고 고통 받고 있는 자체가 죄의 증거라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하느님께 용서를 빌고 모든 것을 맡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욥은 물러서지 않는다. 그들에게 “하느님을 위해 불의를 말하고, 하느님을 위해 허위를 말하고, 하느님을 몰래 편 드느냐?”고 분노한다. 나아가 하느님께 “저의 죄와 허물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주시고, 당신의 손을 제게서 멀리 치우시고 당신에 대한 공포가 저를 덮치지 않게 해주십시오.”라고 부르짖는다.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는 욥의 강경한 태도에 친구들이 입을 다물자 이번에는 이를 지켜보던 젊은 엘리후가 나선다. 그는 욥이 자신의 잘못에 하느님에 반항한 죄까지 더했다며 욥의 태도를 문제 삼는다. 다행히 어쩌면 공정하게 성서 속에서는 하느님은 욥을 치유한다. 욥은 피부병이 낫고 재산을 회복하고 심지어 새로이 자녀까지 얻게 된다.

감염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뿐만 아니라 개정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감염병예방법)에서 규정하는 감염병 의심자에 대한 자가격리 강제처분과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도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감염병예방법이 4월 5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자가 또는 시설 격리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도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감염병예방법 제42조(감염병에 관한 강제처분) 제2항 제1호는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급감염병(신종감염병증후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중동호흡기증후군, 동물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 신종인플루엔자 등)이 발생한 경우 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감염병의심자에게 자가 또는 시설에 격리하는 조치를 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79조의3(벌칙) 제4호는 제42조 제2항제1호에 따른 입원 또는 격리 조치를 거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홍보와 같이 ‘자가격리’ 중 일시 자가를 이탈하는 등의 ‘자가격리’ 조치 위반행위를 자가격리 조치 자체를 거부한 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하여 처벌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격리 조치를 자체를 거부한 경우와는 달리 일시적인 자가격리 위반은 감염병예방법 제80조(벌칙) 제5호 “제42조에 따른 강제처분에 따르지 아니한 자”에 해당함으로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이 적용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일시적 또는 경미하게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경우까지 감염병예방법 제79조의3(벌칙) 제4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면 과잉입법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욥의 이야기에는 세상은 흔히 질병에 걸린 사람에게 인과응보나 잘못을 따지지만 사람이 아무런 잘못 없이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는 진실이 들어있다. 질병의 원인이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밝혀진 현대에 있어서도 감염에 대한 책임을 순전히 개인에게 묻는 것은 부당하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병 의심자에 대한 일정한 격리조치가 필요하지만 행정처분이 아닌 형사처벌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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