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퍼주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 깜깜이 선거로 인해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별도의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수 조 원을 퍼주겠다고 한다. 여야가 마치 돈 뿌리기에 혈안이 된 듯하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소득 하위 70% 가구에 100만 원(4인 기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 원을 주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술 더 뜨고 나섰다. ‘받고 더 지르는’식의 도박판에서나 볼 법한 황당한 경쟁까지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이미 11조7천억 원 규모의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 마당이다. 민주당 안대로 한다면 13조 원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지자체와 정부가 살림을 짜고 짜서 코로나19 긴급지원금을 마련해 풀고 있는 마당이었다.

결국 여야가 내세운 지원금을 마련하려면 상당 규모를 기채를 통해 조달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사기극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든 야든 ‘나라 곳간이야 거덜 나든 말든 내 알바 아니다’는 심사다. 정치인들의 생색내기가 자칫 후손에게 빚으로 남을 상황이 됐다.

경제통인 유승민 의원이 이를 바로 받아쳤다. 그는 7일 “국가가 쓸 수 있는 돈은 세금과 국채 발행으로 마련한 부채뿐이고 이 돈은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의 돈이 아니라 국민 돈”이라며 “이건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건전 보수 정당을 자임하는 미래통합당이 악성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하다니 참으로 안타깝다며 혀를 찾다. 국가혁명배당금당을 닮아가고 있다며 비판했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긴급성, 형평성과 함께 재정 여력을 고려해 최대 규모의 지원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지원 대상을 더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례가 없는 코로나 사태와 경제 위기로 촉발된 일이긴 하지만 현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퍼주기 경쟁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용할 수 있는 재원 중에서 효율적으로 예산을 동원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퍼주기 끝에 생계를 위해 몸을 팔고 거지 나라가 된 베네수엘라의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 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밥그릇 자체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기재부의 언급을 흘려듣지 않길 바란다. 공짜 좋아하다가 험악한 꼴 본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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