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김남규

하늘은 필 듯 말 듯 손그늘에 드나들고 흘리듯이 말해도 서로를 흠뻑 적시며 떼쓰는 봄날, 봄의 날소꿉놀이허밍처럼

우리는 지는 사람 진다고 흔들리는 사람 저수지 한 바퀴 돌면 계절 하나 바뀌겠지 꽃나비가만 내려앉듯 마음 툭 치는 일몰 한 점

『정음시조』(2019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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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규는 충남 천안 출생으로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밤만 사는 당신』『일요일은 일주일을』『집그리마』등과 연구서 『한국 근대시의 정형률 연구』가 있다. 창작과 연구 활동을 병행 중이다. 그는 젊은 시인이다. 자연 연령, 연치 때문만은 아니다. 시적 발상과 발화가 남다르다. 새로운 목소리의 발현을 위해 치열하게 쓰고 있다.

‘화요일’의 흐름 즉 전개 방식은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간명한 언어 운용으로 이채로운 이미지를 직조하고 있다. 굳이 많은 요일 중에 화요일을 텍스트로 삼은 것은 그 까닭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화는 불, 화가 아니라 꽃, 화로 표기하고 있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그런 점에서 첫 문장이 하늘은 필 듯 말 듯 손그늘에 드나들고, 라고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흘리듯이 말해도 서로를 흠뻑 적시며라는 중장도 특이한 의미망이다. 미세한 감각이 돋보인다. 첫수 종장은 떼쓰는 봄날, 봄의 날 소꿉놀이 허밍처럼, 이라고 미완의 문장으로 여운을 남긴다. 사람들은 실로 봄이 되면 자연 앞에서 떼를 쓸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화방창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허밍은 입을 다물고 콧소리로 발성하는 창법인데 본격적으로 노래 부르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한 훈련도 된다. 흥얼흥얼 허밍으로 노래 부르는 동안 봄날의 즐거움은 더욱 고양될 것이다.

둘째 수는 급전직하의 상황이 제시된다. 첫수에서 피는 일에 대한 노래를 부르다가 곧장 우리는 지는 사람, 진다고 흔들리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하늘의 개화 뒤의 사람의 낙화를 거론한다. 지는 일은 중심을 흔들리게 하여 마음에 동요가 일어난다. 그래서일까? 저수지 한 바퀴 돌면 무려 계절 하나가 바뀔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세월이 화살과 같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오는 족족 사라져버린다. 애당초부터 붙잡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모든 것은 눈 깜짝할 사이다. 일몰 한 점은 꽃나비 가만 내려앉듯 마음을 툭 치고 스러져간다.

그는 ‘밤의 창고’라는 시조에서 밤은 매일 찾아오고 수만 권 재고가 되고 무너질 듯 겯고튼 곳 무심히 던져둔 곳 그 어디쯤엔가 세상에 없는 단 한 권, 찾지 못하는 단 한 권이 있다고 노래한다. 그곳은 겯고튼 즉 서로 지지 않으려고 버티며 겨루는 생생한 쟁투의 현장이다. 세상에 없다면 찾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겠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끝까지 찾아보겠다는 의지가 숨겨져 있다. 어쩌면 화자가 그 책의 지은이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간은 구간 자리로 구간은 또 구간으로 옮겨지면서 창고는 납골당처럼 정연하게 완성된다. 하지만 모두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단 한 권을 만나고자 하는 열망을 숨기지 않는다. 그 단 한 권은 시인이 일평생을 바쳐 얻고자 하는 단 한 줄의 시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김남규의‘화요일’은 정갈한 시어로 봄의 애환을 맛깔스럽게 탄주하여 읽는 맛을 더하고 있다. 이정환(시조 시인)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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