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시시비비…영화 ‘기생충’과 국회의원 선거

발행일 2020-04-09 16:03:2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두 달 전, 2월 9일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에, 그리고 그가 대구 출신이란 사실에 지역민들이 마치 내 일처럼 기뻐했던 게. 그런데 그때부터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생각지도 못했던 전염병이 대구·경북을 덮치면서 수천 명이 전염병에 걸렸고, 그로 인해 도시 전체가 사실상 전염병 패닉에 빠졌다.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더 지치고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다음 주에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살면서 보통 사람이 관계할 일이 거의 없는 게 정치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정치가 최소한 평균 수준의 제 역할은 해 줘야 우리가 별 탈 없이 일상을 보낼 수 있기에 선거는 결코 외면해선 안 될 중대사임에 또한 틀림이 없다.

봉준호 감독에게 아카데미상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권의 최고 권위 영화상을 여럿 안겨 준 영화 ‘기생충’은 영화적 재미도 재미지만, 그 내용이 절대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철저히 한국적 상황으로 설정해 놓은 빈부격차 문제였지만 세계인들이 여기에 공감한 점이 두드러졌다.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이 국세청의 ‘2018년 신고분 종합소득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종합소득이란 한 해 동안 발생한 근로소득, 사업소득, 이자소득 등을 합산한 것인데, 2018년 신고분은 2019년 5월 말까지 신고된 소득으로 가장 최근의 과세 자료로 볼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 상위 10% 종합소득 평균 금액은 각각 1억7천96만 원과 1억4천484만 원으로, 하위 10%(대구 120만 원, 경북 127만 원)에 비해 대구가 142배, 경북이 113배 높았다. 특히 대구는 전국 시·도 중 격차 순으로 서울, 제주에 이어 세 번째였다.

같은 자료에는 또 평균 근로소득 분석치도 나온다. 여기서도 상,하위 격차가 경북 46배(상위 10% 1억500만 원, 하위 10% 226만 원), 대구 42배(1억692만 원, 254만 원)로 조사됐다. 경북은 서울에 이어 전국 두 번째였다.

사실 빈부 격차는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어느 시기, 장소든지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것도 한 사회 안에서뿐 아니라 국가 간, 기업 간, 그리고 같은 근로자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를 인간사의 부조리한 한 단면이라고 한다. 학자들 역시 빈부 격차의 원인은 여러 측면에서 잘 분석해 놓고도 그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두고 보기엔 그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그 해소와 완화를 위해 공동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장 우리 사회에서 첨예하게 대립 양상을 보이는 사례를 하나 보자. 경제 불평등 해소를 주요 국정 목표 중 하나로 내건 문재인 정권은 출범 초부터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 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는 방식으로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론적 배경인데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이 그 대표적 정책이다.

그러나 보수 진영에서는 현 정권의 소득주도성장을 국가 경제를 망치는 주범이라고 비판한다. 그들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집단이 성장해야 경제 규모가 커지고, 이 과정에서 개인 소득은 당연히 늘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친기업환경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해야 하고, 법인세 인하나 기업 관련 각종 제도,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결은 조금 다르지만 경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어느 정도의 정부 개입에는 동의한다.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노동이니, 친기업이니’ 또는 ‘분배가 먼저냐, 성장이 먼저냐’ 하며 이쪽저쪽을 오가는 정책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그런데도 경제 불평등은 여전하고 심지어 더 커지고 있기도 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정치의 목표가 국민 행복이라면 정권을 누가 가져가든 그 결과는 결국 같을 거라고 보는 게 맞는 생각일까. 4월15일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이날 기표소에 들어가면 내 생각을 대변해 줄 대표로 누군가를, 그리고 정치집단을 선택하게 된다. ‘내 삶의 한 부분으로서 정치는 어떠해야 할까’란 물음을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선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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