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행복한 사람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꽃잎이 봄바람에 흩날린다. 비에 젖은 길가에 보라색 자목련 꽃잎이 살포시 내려와 앉아 있다. 모처럼 비가 촉촉이 내리는 아침이라 길바닥에 나붓이 엎드린 꽃 이파리가 한 마리 살아있는 새 같은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문득 선배님의 말씀이 떠올라 저것을 사진으로 담을까 생각한다. “이번 봄에는 목련꽃이 피지 않네. 모두 슬픔에 잠겨 있어서 그런지.” 해마다 하얀 나비가 잔뜩 앉은 것 같이 벙글던 병원 마당의 목련꽃이 며칠도 안 되어 다 떨어져 버린 모양이다. 그 꽃자리를 푸르름을 더해가는 잎 새가 채우기 시작한 것을 보셨나 보다. 활짝 핀 꽃을 보았더라면 봄이 온 줄 알았을 터이고 아름다운 목련꽃이 피어나 아픈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을 감사하셨을 터인데. 코로나19에 모두가 갇혀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다 보니 그 꽃의 한창 시절을 그냥 보내 버린 것이다.

봄이 짙어가건만, 아직도 격리된 이들의 마음에는 아직 봄을 느낄 마음의 여유가 통 없으리라. 정말이지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어두운 시간이 얼른 끝이 나서 햇살 가득하고 화창한 봄을 맞을 수 있기를, 그리하여 모두가 행복한 표정으로 지난 일을 추억할 수 있기를 정말 간절히 바란다.

4월 10일을 잊지 못할 듯하다. 대구에서 확진자 0이었으니. 그 0의 행진이 계속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했건만, 다음 날인 11일 바로 7명 확진, 부활절인 12일 0시 기준으로 대구 발생이 2명이라고 한다.

날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소식을 맨 먼저 접한다. 전 세계 코로나 19 확진 환자가 170만 명을 돌파했다. 사망자는 10만 8,827명을 기록했고. 특히 미국의 사망자는 이탈리아를 넘어서 1위다.

12일 오전 11시 7분 기준 전 세계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 수는 178만 312명, 사망자는 10만 8천827명이고, 회복된 인원은 40만 4천29명이다. 미국이 53만 2천879명으로 가장 많았다. 스페인 16만 3천27명, 이탈리아 15만 2천271명, 프랑스 12만 9천654명, 독일 12만 5천452명, 중국 8만 2천52명, 영국 7만 8천991명, 이란 7만 29명, 터키 5만 2천167명, 벨기에 2만 8천18명 등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이제는 조금 숨을 고르는 시기인지 순위로는 18위에서도 한 단계 낮아져 19위, 그 순위는 뒤로 밀리고 밀려 마지막이 되면 얼마나 좋으랴.

부활절, 중앙방역 대책본부는 12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총 1만 512명, 사망자는 214명이다. 신규 확진자가 32명 증가했다. 신규확진자 중의 75%인 24명이 해외 유입으로 공항 검역 과정에서 18명이 확진됐다.

그밖에 8명이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서울에서 3명, 경기에서 4명, 인천에서 1명이 확진되어 이제는 대구 경북이 아닌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에서는 2명, 경북에서는 3명이 추가됐다. 충남에서도 1명이 확진됐다. 지역별 누적 확진자 수는 대구 6천816명, 경북 1천335명, 경기 628명, 서울 602명이다. 이 밖에 충남 139명, 부산 126명, 경남 115명, 인천 86명, 강원 49명, 세종 46명, 충북 45명, 울산 41명, 대전 39명, 광주 27명, 전북 17명, 전남 15명, 제주 12명 등의 순이다. 검역에서 확인된 사례는 376명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사망자는 전날 같은 시각보다 3명 늘어 총 214명으로 평균 치명률은 2.04%이다. 완치해 격리 해제된 확진자는 전날 125명이 늘어 총 7천368명으로 파악돼 완치율이 70.1%로 높아졌다. 격리 중인 환자는 96명 감소해 2천930명이다.

날마다 기온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고 봄꽃은 화사하게 피어나 들과 산을 장식하고 있다. 병실에 격리되어 지루한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이 하루빨리 나아서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 당하지 않으면 가히 짐작이나 하겠는가. 해외 조기 유학 중, 그 나라 사정이 악화 일로에 있어 부랴부랴 귀국을 결정하였던 아이가 확진되어 입원하였다. 긴 비행 끝에 밤차로 내려와 집에서 쉬지도 못하고 검사한 결과 양성이 나와 짐 가방도 풀지 못하고 바로 입원실로 직행하였던 아이, 시차적응도 안되고 가족도 보고 싶어 날마다 울던 아이였다. 그가 드디어 24시간 간격으로 시행한 검사에서 두 차례 음성이 나왔다. 결과를 알리러 방호복을 입고 병실에 들어서니 같이 있던 환자들의 눈이 일제히 나에게 쏠린다.

두 번째 음성이라고 결과를 알리자 세상 부러운 얼굴로 모두 환호성을 울리며 손뼉을 쳐댄다. 그러다가 이내 시무룩한 얼굴이 되더니 한마디씩 한다. “넌, 좋겠다.”, “나는 50일째 아직 양성이 나오는데….” 벚꽃이 날리는 4월이 깊어간다. 이 계절에 행운아는 누구일까. 어쩌면 코로나19 음성인 이들이 아닐까. 모두 그런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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