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표심과 TK(대구·경북) 표심은 확연히 달랐다. 전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유례없는 대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TK지역에서는 미래통합당이 전 지역구 싹쓸이(무소속 홍준표 당선자 포함)를 했다.

TK 민의는 단호했다. 민주당 김부겸과 같은 가능성 있는 진보 진영 후보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내쳤다. ‘읍참마속’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보수 지역 싹쓸이…진보 독주 반작용

지역에서 보수가 완승한 것은 진보의 독주에 대한 반작용이다. 문재인 정권의 불안한 정책에 누군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마음이 모인 것이다. 국가 전체 발전을 위해 진보와 보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절절한 호소다. 전국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균형을 TK에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이다.

21대 총선을 통해 진보와 보수가 지난 4년 간의 성적표를 받았다. 통상 대통령 선거 이후 실시되는 총선은 ‘국정 안정론’ 대 ‘정권 심판론’의 격돌이다. 2022년 대선의 향배를 미리 점쳐 볼 수 있고, 전국과 지역의 정치지형 변화를 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총선이 끝나면서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 민심이 과거 패턴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결과는 같지만 접근하는 과정은 달랐다. 과거 TK의 선택이 영호남으로 나뉜 지역패권주의의 산물이었다면 이번 선택은 이대로 가면 국가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보수가 주저앉으면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다.

진보는 지역에서 또 다시 외면당했다. 현 정권 3년 동안 여러 실정(失政)이 진보가 선택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TK 정서와 동떨어진 정책들이 주민들의 동의를 끌어내지 못한 때문이다.

이번 총선의 평가 기준은 다양했다. 지난해 전 국민을 둘로 갈라버린 조국 사태, 공수처법 논란, 전대미문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이어진 선거법 개정 등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대북, 대미, 대일 관계 등을 포함한 외교안보 정책의 혼선과 어설픈 탈원전 정책, 소득주도 성장,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민생경제 파탄 정책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코로나와 관련해서는 ‘창문 열어놓고 모기잡는 격’이라는 비난을 받은 중국인 입국금지 외면, ‘괜찮다’만 연발하다 늦잡친 감염병 경보 조정, 전국민을 떨게 만든 마스크 대란, 사태 초기 지역 간 병상 공유 실패, 그로 인한 대구지역 자가격리 환자 잇단 사망 등도 평가 대상이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는 이러한 이슈가 모두 묻혀버렸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감염병 위기와 경제난이 모든 것을 삼켜 버린 것이다.

TK는 어쩌면 이번 선거의 최대 피해지역일 수 있다. 4년 전 지난 20대 총선 때 김부겸, 홍의락 의원이 진보의 대구 교두보를 확보했다. TK 정치지형의 다변화가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던 것이다. 전국민이 반겼다. 특히 지역민들이 기뻐했다.

당시 지역민들은 가능성 있는 인물이고, 진정성 있는 활동을 하는 후보라면 인물 위주로 투표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엔 그들도 추풍낙엽이 됐다. 그들이 제시하는 비전이나 인물의 중량감과는 별개다. 전체 정치 상황을 보는 지역민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TK는 이번 선거에서 김부겸을 외면함으로서 현 정권의 핵심과 연결될 수 있는 선을 스스로 잘랐다. 집권여당의 인물을 키워야 지역 발전에 유리하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지역민이라고 왜 갈등을 않았겠는가. 그래야 지역 발전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도 안다.

---누구도 TK 민심을 나무랄 수 없어

그러나 이번에는 국비 배정이나 국책 사업에서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은 2차적 문제가 됐다. 진보·보수의 상호 견제와 균형이 우선이라는 대의를 선택했다.

한국 정치의 균형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한 TK의 균형자 역할 자임은 계속될 것 같다. TK가 오지랖 넓게 전국의 진보·보수 균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빨리 와야 한다.

누구도 이번 TK의 선택을 나무랄 수 없다. 진보는 지역 민의를 보듬어 다음 선거에서 다시 싹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TK에서 진보와 보수가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말이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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