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정례브리핑에서 2개월간 참여한 수어통역사들||환자 치료한 의료진 못지 않은 자부심

▲ 지난 8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이영미 사무처장이 권영진 대구시장의 발표내용을 수어통역하고 있다.
▲ 지난 8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이영미 사무처장이 권영진 대구시장의 발표내용을 수어통역하고 있다.


“지난 2개월 간 의료현장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아니었지만, 청각장애인들에게 코로나19 확산이라는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난 2월21일부터 2개월 간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매일 긴박하게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수어통역을 담당한 대구농아인협회 이영미 사무처장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의료진 못지않게 수어통역사들도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일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을 마지막으로 58일간 대구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는 이 처장을 비롯해 조미향, 유선희, 이경수, 황혜림 통역사 등 대구수어통역센터 소속 수어통역사 5명이 매일 돌아가면서 통역을 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대구에는 매일 수백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수어통역사들도 수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코로나19가 처음에는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등 수차례 이름이 바뀌었고, 이 같은 고유명사는 수어에는 없었다. 밀접접촉자·신천지 등도 수어에 없는 말이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수어통역사들마다 다르게 통역했고, 나중에 한국농아인협회에서 통일하기도 했다.



브리핑 때마다 확진자 수 등 숫자가 많았고, 질의 응답시간에는 사전 시나리오가 없어 수어통역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구시에서 중요사항에 대해 2개월 동안 매일 정례브리핑을 한 것도 처음이고, 정례브리핑에 수어통역을 한 것도 처음이다.



2월18일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하면서 대구농아인협회에서 정례브리핑에 대해 수어통역사를 투입해 줄 것을 요청했고, 대구시는 21일부터 수어통역사를 배치했다.



수어통역사들의 하루 수당(5만 원)은 교통비 정도에 불과했지만,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정례브리핑에서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도록 거듭 노력했다.



처음에는 “왜 수어통역사들은 마스크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 처장은 “수어는 손동작 뿐 아니라 입모양, 표정 등을 함께 보여줘야 청각장애인들에게 완벽에 가깝게 전달된다”며 “이 때문에 수어통역사들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통역에 임했다”고 전했다.



청각장애인들이 대구시 정례브리핑에서 수어통역이 되는 것을 칭찬하는 격려의 메시지도 많았다.



이 처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정부 브리핑 등에 수어통역을 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그동안 잘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번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보여준 수어통역이 앞으로 긴급한 상황에서 청각장애인들에게도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고 강조했다.







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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