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절기는 완연한 봄인데 좀 더 따뜻해지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아직 찬공기가 가시질 않는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현격히 감소했지만, 날마다 추세가 변하는 등 여전히 리스크가 높다. 그래서인지 낙관론자들은 다들 어디로 숨었는지 연일 비관론자들의 우울한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코로나19가 여름이 되어도 완전히 종식되기 어렵고 오는 겨울 2차 대확산 우려가 크다는 국내외 학계와 기관들의 보고와 IMF의 세계경제 수정전망이 아닐까 싶다.

특히 IMF가 내놓은 세계경제 수정 전망은 가히 충격적이다. 2020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 1월 전망보다 6%p 이상 낮춘 -3.0%, 미국은 거의 8%p나 낮은 -5.9%로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잘나가던 중국경제 성장률도 1.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어,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샤오캉(小康)사회건설의 꿈은 이미 날아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다른 나라들에 비해 사정이 좋다지만 올해 -1.2%의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한다. 걱정은 했지만 설마 이정도로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는 구석도 없지 않다. 이정도로 비관적인 전망이면 정부와 이번 선거로 단독 과반 의석을 넘어선 거대여당이 더 적극적으로 경기방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2차는 물론이고 3차 추경도 조기 추진된다면 아마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사태를 지나오면서 우리는 새로운 희망도 보았다. 위기에 맞서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선진화된 국민의식을 보았고 고도의 방역수준을 경험했을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진단키트와 마스크에서 보듯 우리 제조업 기반의 강한 경쟁력을 재발견했다. 국내 생산기반이 없었다면 세계 동시다발적 전염병 확산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한 지금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맞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규모는 작지만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어 수많은 생명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는 다른 어떤 국가도 가지지 못한 우리만의 자산으로 긍지를 가져도 좋겠다.

여기에 더해 세계 일류 제조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위기 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새삼 깨닫았다. 아무런 대가나 연고도 없는 중소 마스크 제작업체들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수급균형을 되찾고 마스크 대란을 조기 종식시킨 것이 바로 그들이다. 이처럼 세계 일류 제조기업이 가진 힘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 외부로 발현될 때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세계가 코로나19의 위협에서 점차 해방되어 정상화의 길로 복귀할 때 수출을 통해 우리경제에 큰 힘이 될 것도 자명한 일이다.

더군다나, 이번 위기의 특성 상 상대적으로 제조업 부문이 고용 버팀목 역할을 해 주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얼마전만 해도 제조업은 통상 서비스업 등 타업종에 비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는 등의 이유로 중요시되어 왔다. 지금까지는 서비스와 도소매 등에 종사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이 먼저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나마 제조업체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동안 겨우 버텨왔던 국내 제조업체들도 손에 꼽을 정도의 기업을 제외하면 모두가 위기에 내몰리게 되었다. 4월 들어 지난해에 비해 일평균 15%를 상회할 정도 수출 감소세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악화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규모에 상관없이 제조기업들의 어려움은 커질 것이고, 당연히 좋은 일자리를 잃어가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정부는 물론 한국은행까지 나서서 기업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지만 이제는 지원대상 기업의 규모를 따지고 고용실적을 따질 때가 아니다.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을 최대한 많이 살려낼 것. 그것이 바로 실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지속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첩경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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