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통합당이 대구·경북에서는 싹쓸이에 성공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있긴 하지만 그야 어차피 복당을 다짐했으니 싹쓸이란 표현이 과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역민 입장에서 과연 통합당이 TK 사수에 성공했다고 기뻐만 할 수 있을까. 지금 대구·경북 상황을 봐도, 또 총선 결과 확인된 전국 민심과 곧 개원할 21대 국회의 구도를 보더라도 오히려 걱정과 염려가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당장 대구·경북에는 난제가 쌓여 있다. 코로나19 피해도 이른 시일 내에 회복해야 하고 장기 침체에다 성장동력 부재로 힘들어하는 지역 산업계는 활로를 찾아야 한다. 여기다 도시 발전의 정체, 인구 감소 등 시급한 과제만 해도 차고 넘친다.

그런데 총선 결과는 그나마 있던 지역의 여당 국회의원 몇도 전멸하고 ‘우리 당’이라고 밀어주던 통합당은 영남권 외에선 참패해 당세마저 대폭 약화할 전망이다. 앞으로 지역예산 확보와 국책사업 추진 등에서 과연 지역 정치권에 정치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불안한 상황이 돼버렸다.

대구·경북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인적 피해야 겉으로 드러나기에 치료라도 할 수 있지만 수많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의 직,간접 손실과 그로부터 파생하는 지역상권의 피해는 정확한 집계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오죽하면 집단파산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매년 예산철만 되면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들이 하는 말이 있다. ‘중앙정부의 예산 따기가 너무 힘들다.’ 그러면서 중앙정부 고위직에 줄 닿는 사람을 찾기 힘들고, 지역정치권의 대여, 대정부 교섭력도 기대한 만큼 뒷받침이 안 된다고 푸념한다.

여기에 당장 지역정치권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 예산을 끌어와야 그나마 숨통을 틀 수 있는 게 지역 현실임을 볼 때 지방정부를 위해 중앙정부와의 소통도 거들어야 하고, 정치적으로는 든든한 지원세력도 돼 줄 것을 지역민들과 지방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지금 전염병 사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6천억 원, 2천억 원이 넘는 돈을 지역에 풀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재난지원금에 대해 너무 보수적 잣대를 들이댔다고 지적한다.

뭔 말이냐면 경기도가 전체 도민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는데 어떻게 특별재난지역으로까지 선포된 대구·경북에서 선별 지원을 결정했느냐는 것이다. 어느 지역보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결국 이걸 지역경제 살리는 마중물로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구시와 경북도는 더 적극적인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물론 재난지원금이 지방정부의 재정 형편에 따라 편성됐기에 그렇겠지만, 특별재난지역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십분 활용하고 또 지역정치권이 더 적극적으로 지방정부와 협력해 중앙정부에 정치력을 발휘해야 했다는 것이다. 지역민들이 시, 도의 대응에서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지역 정치권은 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너나없이 마음 졸이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번만도 아니고, 선거 때면 늘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왜 유독 대구·경북만 이런 일이 벌어질까. 암만 생각해도 뭔가 앞, 뒤가 바뀐 것 같다. 위기 때마다 당을 살렸고, 필요할 때는 힘을 몰아 준 곳이 대구·경북인데 이 지역 국회의원들은 늘 통합당에선 주변부이거나 지도부 눈치보기 신세를 못 벗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TK 당선자들은 이제부터라도 통합당에서 지역의 기여분만큼이라도 제 몫을 찾는 일을 해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도 지역민들의 요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하고 당 지도부에는 당연히 들어가 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지역민들이 통합당에 보여준 정성이라면 그 정도는 당연한 요구가 아니겠는가.

그런 다음이라야 지역을 위해서도, 그리고 당선자 본인을 위해서도 긴요하게 쓰일 정치력을 TK 당선자들에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통합당 전체 의석수는 적더라도, 해야 할 일을 못 하면 유권자들은 다음 선거에서라도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지역민들이 언제까지고 실리에 눈감고, 애국심만으로 표를 줄 거라 믿는다면 그건 오산이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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