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남후면 고하리와 단호리 마을은 지난 25일 오후 2시 전까지만 해도 평화로웠다.
전날 오후 3시39분 인근 풍천면 인금리 산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다음날 낮 12시께 바로 옆 마을인 남후면 하아리에서 큰불이 잡혀 진화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에 소방헬기도 이날 오후 1시께 철수했다.
그로부터 1시간 후 인금리와 이웃했던 하아리 산에 남았던 불씨가 갑자기 몰아친 초속 10m 강풍(남동풍)에 살아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골바람에 불똥은 하아리 바로 옆 상하리 야산을 훌쩍 너머 삽시간에 산등성이가 이웃한 단호2리와 고하리 산으로 옮겨붙으며 불길은 무서운 속도로 퍼져 나갔다.
고하리에서 돼지 830마리를 키우던 연재호(38)씨는 키우던 돼지를 어떻게 대피시킬 틈도 없이 몸만 빠져나왔다.
연씨는 “25일 오후 5시께 바람이 골바람을 타고 오면서 불씨가 여기저기로 날아다니는 통에 어떻게 할 생각도 못하고 도망쳐 나왔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26일 오전 돈사를 찾은 연씨는 “돈사 3개 동에 있던 돼지 800마리가 불에 타 죽었고 남은 돼지도 성하지 못하다”며 망연자실해했다.
연씨의 돈사 피해를 비롯한 주택 4채, 창고 3동, 비닐하우스 4동 등 이번 안동 산불 대부분 재산피해는 고하리에서 나왔다.
조광준(59) 남후면장은 “안동 산불이 재발한 하아리에서 고하리까지는 거리가 6~7㎞ 정도인데 재발할 때까지만 해도 이곳까지 불길이 온다고 생각지도 못했다”며 “지난 25일 오후 4~5시 사이에 불길이 순식간에 넘어왔다”고 했다.
남후면은 대피대상 9개 마을 1천76명 중 노약자 398명을 먼저 옮겼다. 고하리도 72가구 중 70세 이상 노인 30명을 하아그린파크청소년수련원으로 대피시켰다.
한편 사흘만에 800㏊의 산림을 태우고 진화된 안동 산불은 인명 피해는 한 명도 없고 주택 피해도 4채였다.
이에 대해 조 면장은 “인명을 구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집이 있는 곳마다 소방차 한 대씩을 배치해 불길이 오기 전에 미리 물을 뿌렸다”고 했다.
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