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김종인 비대위’를 추진 중인 미래통합당을 향해 연일 맹공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9일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홍 전 대표에게 “먼저 사과부터 하라”고 쓴소리를 했다.

4.15 총선에서 이탈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 전 대표가 ‘책임론’을 들어 통합당 지도부의 사퇴를 종용하는 것을 지적한 발언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황교안 체제 전 7개월간 ‘관리형 비대위원장’으로 재임했던 김 전 위원장도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홍준표 “자생력 없다면 해체하라”

▲ 29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사무실에서 무소속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9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사무실에서 무소속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때리기와 당 지도부 총사퇴를 연일 외치고 있는 홍 전 대표는 29일에도 미래통합당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대구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뇌물 브로커 전력이 있는 팔십 넘은 외부 사람을 들이고 거기에 매달리는 모습이 창피하고 안타깝다”며 “자생력 없는 당이라면 해체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홍 전 대표는 “김종인 내정자가 자신의 문제를 숨기고 당을 접수하려고 40대 기수론이라는 엉터리, 무리한 주장을 내세웠다”며 “그런 논리면 앞으로 우리 당은 최소 24∼25년 동안 대통령이 될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은 ‘당의 터줏대감’이라며 “뜨내기들이 주인을 내쫓고 당의 주인 행세하는 모습에 기가 막힌다”고 했다.

그는 “몇몇 뜨내기들이 들어와서 터줏대감을 몰아 내놓고 또다시 당권을 농단하는 건 당원들이 용서하지 않는다”며 “뜨내기들이 정리되고 나면 복당하겠다. 내가 지금 그 사람들하고 논쟁을 해봤자 똑같은 취급을 받으며 매몰되게 된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당 지도부는) 당선자 총회에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총사퇴하라”며 “당선자들이 원내대표 선출하고 비대위를 하든지 조기 전대를 하든지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준 “사과부터 하라”

▲ 미래통합당 김병준 세종시 을 후보자가 지난달 6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에 있는 세종SB플라자에서 고려대학교와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 총학생회 주최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후보자 대담회에 참석해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미래통합당 김병준 세종시 을 후보자가 지난달 6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에 있는 세종SB플라자에서 고려대학교와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 총학생회 주최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후보자 대담회에 참석해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홍 전 대표의 행태에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홍 전 대표는 먼저 통합당원과 지지자에게 사과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그는 “당이 가장 어려울 때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당 지도부가 간절히 내민 손을 뿌리치고 당을 나가시지 않았느냐”며 “우리 모두 힘을 모으기 위해서라도 말의 순서나 시기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해달라”고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은 21대 총선에서 홍 전 대표처럼 대구 수성구에 출마하려 했으나 당의 험지 출마 제의에 세종을로 출마했다 낙마했다.

다만 그는 홍 전 대표와 같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반대했다.

그는 “구원투수나 영웅을 기다리지 말자”며 자강론을 내세웠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제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었을 때와 지금은 다르다”며 “그때만 해도 지방선거에서의 우리 당 후보들의 평균 득표율이 20% 남짓했고 당의 지지율 또한 10%대 초반으로 당 존폐가 거론될 위기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총선에서 참패했지만 통합당에 투표한 국민이 41.5%나 된다”며 “기대 반 우려 반,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외부인사에게 무기한 전권을 줘가면서까지 당을 맡겨야만 상황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우리를 구원해 줄 구원투수나 영웅을 기다리지 말고 우리 다 같이 구원투수가 되고 영웅이 되자”고 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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