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보다 당권, 통합당의 소탐대실

선거가 끝나고 두 주일이 지났지만 후유증은 가시지 않는다. 아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다. 103명의 당선자를 두고도 당내에서 지도자를 찾자 않고 외부 인사에 전권을 맡기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구심점을 못 찾아 공회전하는 제1야당 통합당 이야기다.

이런 패배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예측한 정치평론가의 논평을 다시 보니 그 분석이 당연하면서도 무서웠다. 더 놀라운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원인과 처방을 무시하는 통합당의 태평스런 위기인식이다.

지역 언론인들이 중심이 되어 발간하는 시사지 팩트체크 봄호에 실린 ‘이대로 한국당(지금 통합당)은 총선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는 단호한 제목의 기사였다. 필자인 정치평론가 전계완은 한국당이 이길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런 병폐를 극복해야 한국당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염원을 담은 일종의 응원 메시지였다.

세상의 변화를 보고도 인정하지 않고, 그 변화를 수용하기는커녕 거스르려고 한 정당, 도무지 정권 쟁취라는 정당으로서 목표를 아예 포기한 집단을 국민들은 심판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아직도 수구냉전시대의 색깔 타령이나 하고 대안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정당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했다. 국민들은 툭 하면 장외로 나서는 통합당의 찌질한 투쟁을 비웃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결과 사실로 나타났다. 근소한 표차이지만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특성에 따라 민주당이 의석을 독식해 버린 것이다. 이 무슨 황당 시튜에이션이냐. 죽 쒀서 개 준 꼴 아니냐. 그렇게 연동형을 반대하고 위성정당까지 만들어가며 투쟁했는데 실속은 민주당이 차지해 버린 것이다.

선거결과를 보면 당시 전략이 얼마나 바보스러웠는지 알 수 있다. 수도권 지역구 121석 가운데 민주당이 103석을 차지했으나 통합당은 고작 16석에 그쳤다. 그런데 득표율을 따져보니 그게 아니었다. 군소정당을 제외하고 두 당의 득표율을 100으로 치고 단순 계산해보니 56대 44로 나타났다. 이 12%포인트 차이가 의석수에서는 85%대 13%로 나타난 것이다. 소선거구제의 맹점이다. 대구경북에서 25석을 모두 지켜내 민주당이 지역에서 일구어 낸 성적을 모두 사표로 만들긴 했지만 그건 수도권에서 사표가 되어버린 한국당 지지표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억울하지 않은가.

정당별 투표에서도 민주당계열인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은 38.7%를 얻은 반면 통합당의 미래한국당은 33.3%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과 비례 20석으로 더해 183석으로 차지했지만 통합당은 지역구 84석과 비례 19석을 더해 103석에 그쳤다. 민주당에 개헌 빼고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합법적 권력을 헌납했다.

정치학자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독일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더라면 민주당이 130석을 얻는 대신 통합당은 114석을 얻게 된다고 설명한다. 소선거구제의 맹점을 보완하고 사표를 줄여서 국민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려던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그런데 통합당의 전신 한국당은 정의당을 비롯한 범진보 계열 군소정당의 국회 진입을 막고 자신들의 의석을 손해 보지 않으려고 연동형을 기어코 반대했다. 또 편법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어 반쪽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아예 불구로 만들어 버렸다. 그 과정을 국민들이 지켜봤으니 결과가 고스란히 통합당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참으로 소탐대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와 국민들을 당의 이익에 앞세웠더라면 명분에서 설득력도 얻고 실익도 얻었을 것이다.

더블 스코어로 대패한 지금의 통합당이 찾아야 할 것은 개인 욕심을 버린 희생과 헌신이다. 그런데 풍비박산 난 집에서 안방 구들목 차지하려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정권 보다는 당권이, 의원 개인의 안위만 앞세우니, 총선에서 실패한 소탐대실의 전철을 또다시 밟고 있는 것 같다. 41.5%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고 103명의 당선자가 있는데. 정권 보다 당권이 중요한가. 24명의 대구경북 의원들은 어디 숨었나. 언론인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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