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전후 썰렁한 분위기 연출될 듯||대구FC엔젤클럽, 구단과 상의 후

▲ 지난해 3월9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의 홈 개막전.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다.
▲ 지난해 3월9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의 홈 개막전.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다.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피해를 줬다. 이중 스포츠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포츠는 단순히 경기만 진행되는 행사가 아닌 경제, 사회, 문화 등이 결합된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한국 양대 프로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는 사상 초유의 개막 연기를 결정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개막일을 잡았으나 정부의 지침이 있을 때까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될 예정이다. 관중이 경기장에 발걸음 할 수 있을 때까지 다소 맥이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전후 달라질 풍경

홈 개막전이 열리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이하 라팍) 일대는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어린이 등 삼성 팬들은 팀 스토어에서 새로운 유니폼 등을 사느라 정신없다. 자가용을 이용해 야구장을 방문한 팬들은 대구스타디움 일대에 주차를 해놓은 뒤 준비한 음식을 들고 먼 길을 걸어온다.

야구장 내 먹거리 상점에도 팬들이 몰린다. 떡볶이, 치킨 등을 구매하려는 팬들로 긴 줄이 생겨난다.

DGB대구은행파크(이하 대팍) 일대도 마찬가지. 경기 시작 시간보다 일찍 대팍을 찾은 팬들은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선수들이 내리는 게이트에서 응원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낸다. W석에 자리 잡은 팬들은 좋아하는 선수들을 부르며 사인을 요청한다. 선수들은 흔쾌히 팬 서비스를 해준 후 몸을 푼다.

경기장 카페, 식당에는 일찍 경기장을 찾은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줄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 몰려드는 손님으로 힘들지만 상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로 몰린다. 경기를 소화한 선수들은 힘들 법도 하지만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팬 서비스에 나선다.

올해 개막전에서는 이 같은 광경을 찾아볼 수 없다.

프로야구는 5일, 프로축구는 8일부터 시작되지만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다.

기다리던 개막이 찾아왔음에도 경기장 주변은 ‘썰렁’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전 선수들을 기다리던 팬들, 경기 중 응원의 목소리, 경기 후 박수 소리도 없을 것이다.

대구FC 주장 홍정운은 “대구FC는 항상 12번째 선수인 팬들과 함께 뛰어왔는데 11명으로 뛰려고 하니 사실 겁이 많이 난다”며 “팬들이 없는 경기장이 실감나지 않는다. 경기를 이긴다고 해도 승리 기분이 예전과 같지 않을 것 같다. 하루빨리 팬들을 경기장에서 뵙고 싶다”고 말했다.



▲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전경. 삼성 라이온즈 제공
▲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전경. 삼성 라이온즈 제공
◆위기의 프로 구단

코로나19로 올 한 해 프로 스포츠 구단의 살림살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통 KBO리그 구단의 한 해 운영비는 입장 수입, 방송 중계권료, 모기업 지원금 및 마케팅 수익의 비율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관중 경기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손실로 이어진다. 야구장에 입점한 매점 주인, 주변 상권, 각 구단 야구상품 제작업체와 응원단을 운영하는 기획사 등이 피해를 본다.

시민구단인 대구FC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DGB대구은행파크에는 10여 개의 상가가 입주해있다. 지난해는 대구가 홈경기마다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면서 덩달아 상가도 ‘대박’을 쳤다. 주변 상가도 반사이익을 봤다.

올해는 임대비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어렵다. K리그는 당초 3월부터 시작됐어야 했지만 코로나19로 2개월가량 밀렸다. 게다가 당분간 무관중으로 경기가 진행되는 만큼 ‘손님맞이’ 하기 어렵다.

대구의 수입구조상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무너져 빈 점포가 생긴다면 대구도 타격을 입는다.

시즌 전 팔았던 ‘시즌권’은 모두 환불조치 했다.

게다가 구단 물품 판매 실적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나눠 유니폼 등 물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경기 당일 팀 스토어 매장에서 큰 수익을 올린다.

대구FC 관계자는 “올 한 해는 정말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시민구단으로써 대구시민과 함께 위기, 고통을 극복할 계획”이라고 있다.

▲ DGB대구은행파크 광장에서 한 축구 팬이 대구FC 마스코트 빅토, 리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 DGB대구은행파크 광장에서 한 축구 팬이 대구FC 마스코트 빅토, 리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무관중 경기를 맞이하는 구단과 팬

코로나19는 스포츠 응원 문화마저 뒤흔들어 놓았다.

지난달 무관중 경기로 정규시즌을 개막한 대만프로야구리그(CPBL)에 ‘로봇 마네킹 응원단’이 등장한 것.

지난 15일 라쿠멘 몽키스는 구단 모자를 쓰고 유니폼을 입은 마네킹을 관중석에 앉혔다. 이 마네킹 중 일부는 선수를 응원하는 팻말을 들고 내릴 수 있는 로봇이다.

그렇다면 무관중 개막을 앞둔 한국 프로축구, 프로야구에서는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먼저 오는 16일 DGB대구은행파크 빈 좌석에 ‘깃발’이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FC엔젤클럽은 대구FC와 협의를 통해 깃발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좌석마다 깃발을 배치해 텅 빈 좌석을 메워 선수들에게 힘을 전달할 계획이다.

대구FC엔젤클럽 이호경 회장은 “올해 금복주로부터 후원받은 엔젤클럽 깃발을 활용해 텅 빈 좌석을 메워 직관할 수 없는 대구시민의 마음을 선수단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하려고 한다”며 “구단과 협의해야 돼 결정되지 않았지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구FC 자체적으로도 TV를 통해 응원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프로야구 구단도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무관중 치어리더 응원’은 물론 일부 구단은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코로나19로 야구장에 올 수 없는 팬들을 위해 ‘유니폼 퍼포먼스’ 이벤트를 마련했다.

유니폼 퍼포먼스는 외야 좌석에 팬사랑 유니폼 전시를 통해 선수단 및 팬들을 향한 특별한 응원 메시지를 연출하고, 발생한 수익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결식아동을 지원한다.

삼성은 SNS를 활용해 팬들과 선수들이 소통할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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