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를 읽다…대학은 일신우일신의 지혜와 노력이 필요

발행일 2020-05-04 15:09:1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적 삶과 상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다. 4월 30일 기준으로 216개국에서 300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23만 명이 사망했다. 이는 인류가 겪은 어떤 전쟁보다도 더 치명적이고 무서운 전쟁이라는 의미이다.

미국은 이미 베트남 전쟁 당시의 전사자보다 많은 수가 사망했다. 특이한 점은 총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독일, 프랑스 순으로 많다는 사실이다. 소위 인종적 문화적 선진국이라는 우월감으로 근대 이후의 세계를 지배했던 국가들이 예외 없이 초토화되었다. 이는 인류가 지금까지 가치기준으로 삼았던 서구중심의 가치관이나 역사구분 기준이 재정리될 것임을 예고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020년의 셈법은 예수탄생을 기준으로 기원전(Before Christ, BC)과 주님의 해라는 뜻인 서기(Anno Domini, AD)를 기준으로 계산된 것이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세계역사는 코로나 전(Before Corona)과 코로나의 해(Anno Corona, AC)로 다시 구분될 것이다.

코로나를 기준으로 역사기년이 다시 설정된다는 것은 그 만큼 인간 사회의 변화가 클 것이라는 의미이다. 지금까지 인간 역사는 약탈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기술도 사실은 약탈과 도둑질이다. 다른 생명체나 자연으로부터 약탈하고 다른 사람, 다른 나라의 생명과 재산을 약탈했고 약탈에 능한 국가나 개인이 우월한 것으로 인정된 것이 인류 역사였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자연과의 전쟁에서 인간은 너무나 무기력한 존재임이 확인되었고 사람들은 자연과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 가운데는 코로나가 탈 세계화를 가져오고 지구촌을 단절의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 전망하지만 오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생존이 최우선이고 기본적인 먹거리가 확보되면 경제는 그 다음이다. 즉 자연과의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코로나 공동체나 협력체가 만들어지고 치료제나 백신개발을 위해 기술과 자원을 공유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세계화를 촉진시키 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개인, 우열, 약탈, 경쟁이 중심개념인 서구적 가치 대신 가족, 정, 지역공동체, 협력, 이타적 희생이 중심인 공생패러다임을 가진 새로운 주체가 세계역사를 꾸려가게 될 것이다.

코로나 이후 대학의 고민은 무엇일까.

코로나19 사태 후 대학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경기침체에 따른 코로나 세대의 취업문제다. 97, 98년 아시아금융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처럼 졸업생들은 취업이 막힌 상황에서 막대한 학자금 대출 부담까지져야 한다.

대학졸업 시점에서 일자리는 없고 빚만 짊어질 20대를 어찌해야 할까? 기업체들은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사람대신 로봇, AI를 쓴다고 한다. 사람이 설 자리가 점점 더 없어지게 된다.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비꼬던 당시와 너무 닮아 있다.

로봇과 AI가 사람을 대신하면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 코로나 이후를 살아갈 학생들을 위해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할까? 누구도, 어떤 집단도 무색무취의 코로나 앞에서는 적자생존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학이 변해야 할 이유이다.

모든 대학들은 일신우일신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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