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곳 없는 TK의 홀로서기

발행일 2020-05-07 17:31:1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결국 포항시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실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 후보지로 전남 나주와 충북 청주(오창읍) 등 2곳을 선정했다. 이 두 곳의 후보지 가운데 한 곳이 8일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3, 4세대 방사광가속기 운영 노하우 등을 앞세워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1차 관문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경북도는 이와 관련, 7일 입장문을 내놓았다. 경북도는 입장문에서 최적의 객관적 조건을 갖춘 포항의 후보지 탈락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또 ‘이번 선정 결과에 관계없이 기존의 3, 4세대 방사광 가속기의 성능 향상을 통해 연구개발과 산업지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가속기 구축 지역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반도체와 신약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신제품 개발 등 다방면에 걸쳐 활용도가 매우 크다. 또 포항은 3,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갖추고 20년 넘게 운영해온데다 이번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까지 유치, 방사광가속기 클러스터를 이룩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포항 유치 실패는 그만큼 뼈아픈 것이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유치전이 과열되면서 정치권까지 가세, 많은 말들이 나왔다. 일찌감치 정치적 결정 전망까지 나돌기도 했다. 포항은 들러리만 서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았다.

지역 정치권은 7일 “정치적 판단으로 우선 협상 대상 지역을 결정했다” “정치적 결정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는 성명서를 내는 등 반발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정부 결정에 꼬투리만 잡고 비난만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와 포항시로서는 실망감과 허탈감이 커겠지만 이제 정치권의 지원 등을 기대할 수는 없는 혹독한 환경이 됐음을 인식하고 홀로서기에 주력해야 한다.

앞으로 각종 국책 사업과 정부 예산 확보를 두고 타 시도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 대구·경북은 지난 총선 결과 야당인 미래통합당 일색이 됐다. 이제 정치권의 지원사격과 정부 차원의 배려는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순수하게 지자체의 실력만으로 사업과 예산을 따와야 한다.

각종 국책 사업의 지역 유치와 정부 예산 확보에는 치밀한 사전 준비와 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예전엔 청와대 및 정치권과의 긴밀한 교감으로 사업을 수월하게 따온 측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대구시와 경북도가 몸으로 부대끼고 싸워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인식,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본연의 실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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