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문을 닫은 지 80일을 갓 넘긴 대구지역 공공도서관마다 재개관 일정을 묻는 전화가 적지 않게 걸려온다고 한다. 특히 방역당국이 지난 6일 코로나19 대응수준을 ‘생활 속 거리두기’로 표현되는 생활방역체계로 전환한 뒤 언제 도서관 문을 여는지 더욱 궁금한 모양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립중앙도서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국립세종도서관이 대출서비스로 제한해 문을 열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의 재개관 시점이 언제인지 궁금해할 법도 하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국립도서관이 위치한 서울 또는 세종과 대구의 상황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도서관 재개관 일정을 똑같이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대구는 지난 2월18일 신천지 교인인 31번 확진자가 슈퍼전파자 역할을 하는 바람에 긴급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10일 0시 현재 대구의 확진자 수는 6천861명으로 전국 확진자 1만874명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생활권이 중복되는 경북에서는 전국 확진자의 13%에 해당하는 1천36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런 실정이기에 불특정 다수가 즐겨 찾는 대구지역 공공도서관의 코로나19 대응전략은 폐쇄에 선제적, 개방에 보수적인 입장을 지켜야 한다.

시민들의 문의전화를 통해 살펴본 공공도서관 재개관과 관련된 주요 궁금증은 ‘언제 재개관을 하느냐’ ‘지금 도서관을 운영하느냐’ ‘지금 프로그램을 운영하느냐’ 등이다. 용학도서관 입장에서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 보면, 첫 번째 질문에는 ‘재개관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가 답변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추이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 3일 만에 터진 서울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처럼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공공도서관 이용자는 생활 속 거리두기 방역수칙에서도 가급적 공공시설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고위험군에 속하는 은퇴세대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오는 13일 고3부터 시작되는 초·중·고의 등교개학을 계기로 우려되는 무증상 확진자 중심의 ‘조용한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이 치명적인 결과에 이를 가능성이 높은 은퇴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공공도서관의 재개관 시점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등교개학 이후의 감염 확산 추이를 살펴보면서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사망자의 연령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0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256명의 86%는 65세 이상이다. 또한 치명률은 고령일수록 가파르게 상승한다. 80세 이상은 25%로 확진자 4명 중 1명꼴로 사망한다. 70대도 10.83%로 높은 편이며, 60대는 2.73%다.

두 번째 질문의 답은 ‘도서관은 운영 중’이다. 단지 시민들이 도서관에 들어올 수 없을 뿐이다.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는 ‘북 워크 스루(Book Walk Thru)’로 불리는 비대면 대출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방식을 도서관 용어로 표현하면 ‘폐가제(閉架制)’ 대출방식이다. 40대 이상이면 학창시절 대부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서관 목록함에서 자신이 원하는 책을 찾은 뒤 대출신청서에 서명, 저자명, 청구기호 등을 적어 대출창구에 제출하고 기다렸다가 책을 빌리는 방식이다. 아날로그 방식이던 그때와 현재 대출방식이 다른 점은 도서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책을 검색한 뒤 신청하는 온라인 방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코로나19로 도서관 문을 닫기 전까지 시민들이 이용하던 대출방식은 폐가제의 반대인 ‘개가제(開架制)’다. 이용자 누구에게나 개방된 자료실의 서가에서 편리하게 책을 고를 수 있는 방식이기에 거의 모든 공공도서관에서 채택하고 있다. 도서관 직원 입장에서도 현재 진행 중인 폐가제 방식이 훨씬 불편하다. 온라인으로 신청된 책이 제대로 표기됐는지, 대출되지 않았는지, 서가에 제대로 꽂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한 다음에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대출날짜와 시간까지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신청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야 한다. 노동 강도로 따지자면 개가제보다 2~3배의 힘이 드는 셈이다.

세 번째 질문에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온라인으로 운영한다’가 답변이다. 온라인을 뜻하는 신조어 ‘랜선’을 활용하자면 ‘랜선 강의’와 ‘랜선 전시’가 진행되는 것이다. 랜선 강의로는 이번 주부터 매주 목요일 양서 한 권씩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전진문 교수와 만나는 책세상’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 올려진다. 이를 위해 지난주에 영상 촬영과 편집과정을 거쳤다. 코로나19로 인한 임시휴관 이전까지 단 한 차례의 결강도 없이 매주 목요일 용학도서관에서 진행된 이 강의는 시작한 지 6년 6개월만인 지난해 9월26일 300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랜선 전시로는 ‘향토자료 온라인 사진전’ 등이 열리고 있다. 2018년부터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집한 수성못과 지산·범물지구의 옛 모습이 담긴 향토자료가 한 주에 두 차례씩 모두 10회 분량으로 SNS에 업로드 되고 있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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