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를 통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과정에서 ‘실수 기부’로 인한 취소 요청이 빗발치는 등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카드업계에 시정을 지시했다. 코로나19라는 듣도 보도 못한 사태를 맞아 정부의 각종 대책도 전례가 없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여기저기서 시행착오와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또다시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를 통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지난 11일부터 기부 취소 요청이 쏟아졌다. 민원인들이 카드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지원금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기부 버튼을 눌렀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SNS에도 관련 내용이 떠돌았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카드나 주민센터에서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받고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자 등은 현금으로 받는다.

항의가 잇따르자 카드사들은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통한 재난지원금 신청 화면에서 직접 기부를 취소하거나 금액을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회원이 직접 콜센터에 요청하면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려면 본인 인증과 신청을 위한 약관에 동의하는 절차를 거쳐 마지막에 재난지원금 기부 여부를 묻는 항목이 나온다. 이때 무심코 기부에 동의한다고 체크한 사례가 많았다. 본인은 정작 기부 의사도 없는 데 기부한 것으로 처리된 것이다. 논란이 일자 행정안전부는 지난 12일 기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카드업계는 지원금 신청 화면과 기부 신청 화면을 분리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지원금 신청 절차 내에 기부 신청 항목을 집어넣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신청자들이 무심코 동의해 기부를 늘리도록 하려는 ‘꼼수’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정부는 당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두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신경전 끝에 고소득층의 기부 유도를 조건으로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카드사에 신청할 때 교묘하게 기부하도록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기부 유도는 ‘관제 기부’ 논란마저 낳고 있다.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만 떨어진다. 고위 공무원 등은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기부토록 하고 있다. 그다지 모양새가 좋지 않다. 공기업 간부 및 기업인들 도 울며 겨자 먹기로 기부 행렬에 참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요나 분위기에 휩쓸린 기부는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다. 더구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소비 진작이 원래 목적이 아니던가.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만든 한계다. 정부는 조건을 달거나 꼼수는 쓰지 마라.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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