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과 보수 야당은 40년 세월만큼이나 질긴 악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 앙금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5·18 당시 군부 세력이 보수 야당의 한 갈래이기 때문이다. 5·18은 보수 야당에게는 금기어나 다름없었다. 광주는 기피 대상이었다. 광주도 보수 야당에겐 지금까지 등을 돌렸다.

그런 광주가 미래통합당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5·18을 맞은 광주가 보수 야당인 미래 통합당을 반기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었다. 1년 만에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 지도부가 방문했을 때의 거센 항의와 빈정거림과는 딴판이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당 지도부는 18일 광주 금남로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광주 시민들의 노골적인 거부와 반발은 없었다.

통합당 지도부는 기념식 후 5·18 민주묘지에서 5·18 유족 3개 단체장과 대화를 나눴다. 주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5·18 당 소속 의원들의 폄훼 발언 등에 대해 사죄하고 진심으로 미안해 했다. 유족회 대표는 이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역사왜곡 방지법과 5·18 진상규명처벌법 개정 등을 건의했다. 주 원내대표는 개정안 통과에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같은 광주의 분위기 반전은 통합당 정치인들의 잇단 사과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왜곡하는 극우 보수층과 선을 긋는 모습 등 진정성이 광주시민들의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일 터이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폄훼하거나 가볍게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더 이상 정치쟁점화되거나 사회적 갈등과 반목의 소재가 돼서는 안 된다며 당 일각의 5·18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당내에서는 이를 계기로 극우와 절연하고 5·18 관련 매듭을 완전히 풀어야 통합당이 ‘영남 자민련’으로 몰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제까지 ‘5·18 폄훼 논란’에 끌려다녀야 하냐는 자각이다. 극우 유튜버 등 극우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에 대한 자성도 있었다. 통합당은 5·18의 꼬인 매듭을 풀지 않고서는 당이 제대로 설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난 총선 때 탄핵 문제는 유권자들이 정리해 주었다. 5·18 망언을 한 의원들도 모두 낙선했다. 하지만 5·18은 통합당에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이고 반드시 건너야 할 강이다. 통합당이 영남당에 머물지 않으려면 총선 참패와 지도부 교체를 계기로 5.18에 대한 시각 재정립이 필요하다. 물론 당의 환골탈태가 전제돼야 한다.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이제 지루한 악연은 끝내자.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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