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위 생활체육(18)택견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사자성어에 어울리는 스포츠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 고유한 무예로 전승돼 오고 있는 ‘택견’이다.

택견의 유래는 고구려 시대부터 시작되며 조선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전승돼 왔다.

현대 사회에서 전통 무술로 인정받은 시기는 오래 되지 않았다.

198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76호로 등재 됐다. 무예로서는 최초로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전국체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유연함에서 나오는 힘, 나 자신을 보호하는 택견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운동 효과’와 ‘호신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 2019 군산새만금배 전국 택견대회
▲ 2019 군산새만금배 전국 택견대회
◆택견의 매력

“오래됐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라 좋기 때문에 오래된 것입니다.”

택견인들은 ‘택견’에 대해 이렇게 말을 한다.

택견은 주도권을 장악하는 바로 그 순간까지 상대를 배려할 것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무술이다.

택견은 공격보다는 수비 기술을 더 많이 가르친다. 숙련된 택견 전수자는 부드럽고 물결치는 듯한 움직임으로 신속히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고수는 상해를 입히지 않고도 상대를 물러나게 하는 법을 안다. 이런 점은 전투 스포츠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개념이지만 택견은 이 모두를 가능하게 한다.

택견은 자신보다 상대를, 개인보다 집단을 배려하도록 가르치는 스포츠다. 동작은 직선적이고 뻣뻣하기보다는 부드럽고 곡선을 그린다.

숙련된 택견 전수자의 몸놀림은 한 마리의 학 같지만, 탄력적인 공격 기술은 매와 같이 빠르고 강력하다.

택견은 독특한 특징이 있다. 곡선을 그리는 움직임으로 외적으로는 부드러우나 내적으로는 강하다.

또 우아함과 품위를 강조하는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무술이다. 걸고 차는 다양한 기술을 통해 공격과 방어의 조화를 이루는 실질적인 통합 무술이다. 부드러운 인상을 풍기지만 택견은 모든 가능한 전투 방법을 이용하며 다양한 공격과 방어 기술을 강조하는 효과적인 무술이다. 택견은 한국 문화의 두 가지 두드러진 특징인 합일과 온전함을 대표한다.

◆택견 효과

택견 수련에 있어 나이의 한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로 신체 움직임이 가능한 아이부터 노인까지 심신의 건강을 위해 누구나 배울 수 있다.

택견을 통해 얻는 효과는 논문으로 나올 만큼 입증됐다.

택견 수련이 성장기 초등학생의 신체 구성과 체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춤을 추는 동작으로 관절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근력을 높여 근골격계에 취약한 중·노년의 신체능력 향상에 좋다.

택견은 한 번에 큰 힘을 쓰는 운동이 아니지만 천천히 몸 전체의 균형을 잡으면서 근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높다. 때문에 일반적인 유산소 운동보다 다이어트에 효과적이기도 하다.

정신 수양에도 뛰어나다.

‘청소년의 택견 수련 경험에 대한 사례연구(이대중, 2013)’ 논문에서는 택견 수련이 인성의 변화와 도덕적 자아개념의 형성, 사회성 발달에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또 ‘택견 수련이 신체 및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우영두, 2002)’ 논문에서는 수련 기간이 오래될수록 체력과 체격, 운동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신체적인 면의 향상 정도가 높다고 나왔다.

이 밖에도 정신질환자의 ‘우울증 완화’ 효과도 있다고 나타났다.

▲ 품밟기 동작
▲ 품밟기 동작
◆기본 동작①품밟기

품밟기는 택견의 가장 기본이 되는 동작으로 일정의 보법과 같은 것이다. 품이란 택견의 기본자세로 차렷자세에서 오른발을 어깨넓이로 벌리면 원품이 된다.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가며 품자모양으로 앞, 뒤, 좌, 우에 발을 내딛는 동작이 품밟기다.

택견은 역품자(∵)의 기본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빗밟기, 길게 밟기, 눌러 밟기, 제품 밟기 등으로 다양하게 이뤄져 있다.

◆기본 동작②활개질

활개질이란 걸음을 걸을 때 두 팔을 흔드는 동작 또는 새가 날개를 치는 것을 의미한다.

품밟기 동작과 함께 행해지는 동작으로 품을 밟으면서 몸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두 팔을 흔들어 몸의 균형과 동작의 순발력을 높인다. 예비적 방어인 활개질을 통해 상대의 시선을 방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활개질에는 품을 밟으면서 흔들기, 눈끔적이 기술 등이 있다.

▲ 밭낚걸이 동작
▲ 밭낚걸이 동작
◆기본 동작③발질

택견은 비각술이라 불릴 정도로 발질이 매우 다양하고 뛰어나다. 허리 아래를 공격하는 걸이 또는 딴죽 기술이 있다. 허리 이상 부위를 공격하는 차기 또는 윗발질도 있다. 그리고 솟구쳐 차는 뜀발질이 있다.

택견의 ‘딴죽’이란 딴(다리)와 죽(족발)의 합성어로 다리와 발에 대한 메김질, 즉 공격 기술을 의미한다.

딴죽에는 치기, 걸이, 지르기, 깍기, 밟기 등이 있다. 상대를 걸어 넘기는 기술로 상대에게 손질과 딴죽을 같이 사용해 걸어 넘기는 것과 딴죽만 사용해 걸어서 넘기는 두 가지의 형태가 있다.

차기는 허리 이상의 신체 부위를 발질로 메김질 하는 것이며 차기, 지르기, 치기 등의 세부 기술이 있다.

▲ 빗장붙이기 동작
▲ 빗장붙이기 동작
◆기본 동작④손질

택견의 손질은 ‘옛법’이라는 살상법과 경기에서 사용하는 두 가지 기술로 나뉜다.

기본동작의 손질은 걸이 기술의 보조적인 수단과 손질만 이용한 잽이, 밀기, 당기기, 돌리기 등이 있다.

경기 기술에는 상대를 손으로 가격할 수 없고 밀거나 잡아당기거나 걸어 넘기는 기법, 상대의 발질이나 손질 등 막는 것을 위주로 사용된다.

손질에는 회목잽이, 칼잽이, 빗장붙이기, 떼밀기 등이 있다.

▲ 서정율 회장
▲ 서정율 회장
◆대구시택견협회 서정율 회장

대구시택견회는 서정율(59) 회장을 중심으로 택견이 생활체육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수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택견인 양성에 힘쓰고 있다.

2012년 대구시장기 택견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대회를 개최하면서 대구시 내에 택견인들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서정율 회장은 “남녀노소 신체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다. 생활체육으로서의 가치 또한 높다”며 “매년 대구시장기 택견대회를 통해 택견인들의 실력을 키우고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택견은 2011년 전국체전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후 9년이라는 역대 최장기 시범 종목으로 머물러 있다. 2020년 2월 드디어 전국체전 정식종목 채택이라는 쾌거를 이뤄냈고 이를 통해 택견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서 회장은 “대구시택견회 또한 이에 발맞춰 대한민국 유산인 택견을 보급하고 전통을 전수하는데 더 많은 힘을 쏟을 계획”이라며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이 택견을 알고 배우며 즐길 수 있는 대표 생활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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