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함께 떠나는 박물관 나들이(9)…월곡역사박물관

임진왜란 의병장 ‘월곡 우배선’의 자취 따라가는 문중박물관

월곡역사박물관 전경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아파트단지 한가운데 잘 가꿔진 대나무 숲길이 인상적인 공원이 하나 나온다. 월곡역사공원이다. 공원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한 손에는 책을 들고 다른 손엔 검을 든 동상이 이채롭다. 임진왜란 때 대구 일원에서 활약한 월곡 우배선(1569∼1621) 장군상이다.

백년 내전을 종식시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나라를 치러 가는 길을 빌려 달라’는 이른바 ‘정명가도(征明假道)’를 빌미로 선조 25년인 1592년 4월13일 부산항을 통해 조선을 침략한다. 고니시 유키나가 등이 이끄는 선봉부대는 파죽지세로 상륙 일주일 만인 4월21일에 대구성을 함락하기에 이른다.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놓이자 당시 나이 스물넷의 청년 우배선이 의병을 일으킨다. 가산을 정리해 무기를 장만하고 의병을 모아 대구·성주일대의 의병장으로 혁혁한 전공을 세운 인물이다.

당시 의병장 대부분이 중·장년인데 비해 스물넷의 백면서생으로 의병장이 된 선생의 흔적을 찾아 공원 안에 있는 ‘월곡역사박물관’ 문을 들어섰다.

월곡역사박물관 1층 ‘농경시대 생활관’에 전시된 각종 도구들
우리가 흔히 상인동이라 부르는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성주목 화원현 월촌리다. 월배로도 불리는 전 지역이 월촌인데 이곳은 단양 우씨들의 600여 년에 걸친 세거지다. 이제 월촌은 지하철역 이름으로 남아 있다.

논밭과 야산이던 이곳이 1980년대 중반 들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저수지가 메워지는 등 급격한 도시 확장으로 예전의 모습은 사라졌다. 그리고 1999년 단양 우씨 소유인 ‘낙동서원’ 일대와 달서구 공원인 ‘월곡공원’을 한데 묶어 구청과 민간단체가 제3섹터 방식으로 2002년 5월 현재의 ‘월곡역사공원’으로 꾸몄다. 이때 공원 조성과 함께 연면적 1천665㎡,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박물관도 건립됐다.

현재 ‘월곡역사박물관’에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켜 전공을 세운 월곡 선생과 관련된 보물 제1334호인 ‘화원 우배선 의병군공책’ 및 관련자료 4종 15점 34건 외에 교지 등 400여 점과 고서적 7천여 권이 전시돼 있다.

월곡 선생의 유물과 함께 단양 우씨 월촌 종중 여러 집안에서 내려오던 유품과 관련자료, 장서는 물론 농기구 700여 점도 함께 전시해 두고 있다.

안내를 맡은 박물관 우만조 총무는 “1층 농경시대생활관의 농기구와 생활용품은 모두 한 문중이 실제로 사용하던 물건을 그대로 옮겨와 전시해 두고 있다”며 “박물관 옆에 마련된 야외 전시장에는 방앗간과 대장간이 예전 모습 그대로 재현돼 있고 절구와 맷돌 등 예전 민속도구 실물 그대로 구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곡역사박물관에는 예전 방앗간과 대장간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우 총무의 안내로 들어선 2층 유장각에는 임진왜란 당시 유물이 다수 보였다. 우배선이 비슬산으로 들어가 전투에 쓸 활과 화살, 쇠를 불에 달궈 칼 등을 만드는 모습이 그림으로 복원돼 있고, 당시 쓰던 실제 칼과 화살 그리고 왜군의 조총도 두 자루 진열돼 있다. 우 총무는 “후손들이 내놓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2층 월곡 자료실에는 ‘우배선 의병군공책’과 서간문·창의유록 등이 전시돼 있다. 2018년 우씨 종중이 국립대구박물관에 원본을 기탁하면서 현재는 사본이 진열돼 있다. 또 이곳에는 종중이 소장한 교지·과지·분재기·간찰 등 각종 유품 400여 점도 함께 전시돼 있다.

박물관에 전시중인 옛날 다리미
한 집안에 대대로 내려온 각종 고서적을 보관한 장서실도 독특하다. 종중 박물관이지만 자료의 규모와 전시의 수준 등이 국립박물관에 뒤지지 않는다. 우 총무는 “종중에서 해마다 두 차례 이곳에서 후손들을 모아 뿌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지하철 1호선 월촌역 4번 출구로 빠져나와 상인동우체국을 지나 화성파크드림 단지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지하철 상인역에서 내릴 경우 6번 출구 지하철 본부 방향으로 나가 소방서 옆길로 올라가면 된다. 박물관 입장은 무료이고 공휴일에는 문을 닫는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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