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인들의 최근 출간 시집

발행일 2020-05-27 17:12:4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허공도 짚을 게 있다 外

대구는 한국시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걸출한 시인들을 많이 배출한 도시다. 그 명맥을 이어 지금도 지역을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인들로 지역의 시문학은 화려하게 꽃 피고 있다.

최영의 시집 ‘바람의 귀’
◆바람의 귀/최영 지음/문예미학사/130쪽/9천 원

요양병원 간병인으로 어려운 삶을 살면서 틈틈이 써온 시를 한 권의 시집으로 엮어낸 시인이 주목받고 있다. 학력은 초등학교 다닌 게 전부다.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온몸으로 부딪치며 문학을 공부해 첫 시집 ‘바람의 귀’를 세상에 내놓은 최영 시인의 이야기다.

최영 시인의 첫 시집 ‘바람의 귀’에는 어려운 삶을 사는 소시민의 비애와 세상을 바라보는 거룩한 시선이 섞여 있다.

시의 화자는 전봇대 광고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전세 집을 찾아다니면서, 대출을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가난한 소시민이다. 또 집을 나간 어머니 찾아주면 사례하겠다는 광고를 보고는 사례금을 얼마나 줄지 궁금해 하며 세속적 관념에 젖어 사는 평범한 여인네다.

이하석 시인은 “그의 시가 소박하지만 정직하며 솔직한 감정 표현과 개성 넘치는 상상력으로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용락 시인은 시집 해설에서 “내면에 강력하게 넘쳐나는 죽음에 대한 성찰이나 고통에 반응하는 심리 내면 풍경의 표출, 그리고 시어의 민중성이 뛰어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고난 속에서도 삶의 의지가 꺾이지 않고 헌신과 나눔의 과정을 통해 희망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나가는 것, 이것이 시집 ‘바람의 귀’가 가진 미덕이다.

시인은 ‘바람의 귀’에 수록된 시 ‘도구, 그리고’에서 “시가 도구라면/ 정신의 밭고랑을 타고, 씨 뿌리고/ 꽃이 피고, 열매 맺게 하는 도구를 만드는 게/ 피고름이라면 지옥 불도/ 한편의/ 시”라고 외친다.

최영 시인은 여러 곳의 시에서 시가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하는지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시인이 지향하는 시의 방향은 사랑이다. ‘시와 사랑은 농사와 같아서 부지런히 풀을 뽑아주고, 거름도 주고, 물길도 열었다 닫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집 ‘바람의 귀’를 읽다 보면 시인의 마음이 해맑고 순정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그것은 낮으나 거룩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동화적 상상력 때문이다.

전북 무주 출생으로 신라문학 대상을 수상하면서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양경한 시집 ‘허공의 메아리’
◆허공의 메아리/양경한 지음/천우/167쪽/1만5천 원

시인이자 시조시인, 수필가, 아동문학가로 활동하는 양경한 시인의 시집 ‘허공의 메아리’가 출간됐다.

시인 등단 40년의 기록이자 시인의 12번째 시집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90여 편의 시가 담겼다.

시집은 모두 4부로 구성된다.

1부 ‘세월의 길목에서’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다는 인식 아래 기도하는 마음으로 관조적인 시각에서 인생의 참 의미를 되새기고, 2부 ‘작은 것이 아름다울 때’에서는 이름 모를 나무나 풀, 스무번의 허물을 벗는 하루살이 등의 자연을 통해 작은 것의 거룩함을 예찬한다.

또 3부 ‘탕자가 돌아왔습니다’에서는 돌아온 탕자가 깨달을 얻어 고향으로 돌아와 들꽃처럼 살고자 하는 염원을 표현했고, 4부 ‘그리운 이름’에서는 ‘영자’, ‘순자’, ‘경자’ 등 어린시절 여자 아이들의 단골 이름을 회상의 모티브로 삼아 옛 추억을 반추한다.

문학평론가 이철균씨는 시인의 시세계를 “이미지의 형상화와 섬세한 시향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또 “진실된 체험에서 빚어 올린 서정과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이미지 형상화로 그리움과 순수성을 자아가 외적 세계를 부드럽게 수용하는 성향이 새로운 시적 감흥을 높여준다”고 했다.

시인의 시는 시적 이미지가 시의 주제와 조화를 잘 이루고 시의 작품이 신선하며 독창적이고 감각적 체험을 바탕으로 시적 캐릭터의 독특함과 비유와 상징, 메타포의 역동적으로 결합된 작품을 차원 높게 승화시킨 점이 돋보인다고 평가 받는다.

‘한국을 움직이는 인물’과 ‘한국을 빛낸 문인’으로도 선정된 시인은 이번 시집을 출간한 소감으로 “시인으로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통해 작가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학세계시문학상, 시와의식시문학상,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구수필문학상, 중앙일보시조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시집 12권을 비롯해 10권의 시조집과 수필집, 53권의 동시집 등 약 150여 권의 책을 출간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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