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코로나19 이후의 삶을 걱정한다. 바이러스의 토착화, 세계적 공황, 수출 타격, 물가 상승, 유례없는 취업난 등이 우선 거론된다. 비수도권 지역의 고통이 먼저 심화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지방은 못살겠다는 아우성이 높았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은 빈사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 지방경제 활성화, 지역민 삶의 질 향상 등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 왔다. 그러나 임기 3년이 지나도록 비수도권 주민들이 체감하는 삶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수도권에 비해 국가 정책에서 우대를 받았다는 기억도 별반 없다.

---‘리쇼어링’ 기회 삼아 정부 일각 추진

이런 가운데 정책 기조와 거꾸로 가는 움직임이 정부 일각에서 공공연히 나와 비수도권 주민들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리쇼어링·reshoring)을 유도하면서 수도권 규제를 과감하게 풀자는 것이다.

리쇼어링 논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상 공장총량제 완화와 맞물려 논의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 조성을 위한 수도권 산업단지 공급 물량 확대가 핵심이다. 기획재정부, 산업자원부 등 경제부처에서는 하반기 정책 방향에 규제완화를 포함하는 안이 적극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공장총량제는 강력한 수도권 규제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3년 단위로 일정 면적을 정해두고 해당 범위 안에서만 연면적 500㎡ 이상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측은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을 내세운다. 그러나 그것은 선택하기 쉬운 방안일 뿐이다. 균형발전이란 토대 위에서 위기를 극복해 나갈 방안은 찾아 봤는가. 우선 쉽다고 규제의 빗장을 열어젖혀서는 안된다. 공장총량 규제는 지방경제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방의 고사로 이어지게 된다. 단적인 예가 구미의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유치 실패다. 구미는 2019년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로 산단 재도약의 기회를 놓쳤다. 용지 무상임대 등의 파격적 조건을 내걸었지만 수도권 용인에 밀리고 말았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 특례를 적용한 결과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지방의 반발은 당연하다.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지방은 모든 부문에서 살기 어렵게 되고 결국에는 모두가 기피하는 불모의 땅이 되고 만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현 정부의 균형성장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선 정권들의 성장일변도 정책과 뭐가 다른가. 지역 균형발전은 당면한 국토이용 불균형, 양극화, 저성장, 저출산, 지방소멸 등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새로운 돌파구다.

김사열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경북대 교수)은 “수도권 규제완화는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 “지역 산단이 고사 위기에 몰릴 것”이라며 “리쇼어링 기업의 지역 유치를 위한 지원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교육, 의료, 주거 등에서 더 파격적인 지원을 한다면 기업이 지역 이전을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충분치 않다. 수도권 규제 억제를 유지하면서 지역 산단에는 현실성 있는 정부차원의 대책을 이끌어 내야 한다.

---지방, 기업 유턴 시 파격적 특혜 줘야

경북도도 최근 리쇼어링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겠다고 밝혔다. 모든 지자체가 단체장 책임 하에 ‘지나치다’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야 한다. 망설일 때가 아니다. 비수도권 정치권에서는 정파를 초월한 연대를 통해 지방의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치적, 법적 지원을 해야 한다.

지방화는 기업 유치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가 확보가 기본이다. 일자리가 없으면 모든 것이 구두선에 불과하다. 기업의 유치는 일자리와 직결돼 있고, 일자리는 생존의 문제다.

정책 당국자들은 국가 균형발전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필수 조건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절반인 비수도권 주민들은 절박하다. 어떤 경우라도 문재인 정권의 국가 균형발전 의지가 퇴색돼서는 안된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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