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설치 조각가의 작업인생 40년을 들여다 보다’…원로작가 박휘봉 회고전

대구문화예술회관, 6월20일까지 ‘박휘봉 작업 40년: 1981-2020’ 열어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지역 원로작가 회고전으로 ‘박휘봉 작업 40년: 1981-2020’ 을 마련했다. 사진은 박휘봉 작가의 작품 ‘꽃’
‘2012년 일어난 박달예술인촌 작업실 화재로 수십 년 공들였던 많은 작품들을 한순간 허망하게 잃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팔순의 나이에도 왕성한 창작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를 조각가가 아닌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있어서 작품은 그저 작품이 아니라 평생을 쏟아 만든 업의 결과물이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지역 원로 미술인을 연구·조명해 지역 미술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알리고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원로작가 회고전’으로 ‘박휘봉 작업 40년: 1981-2020’ 을 진행한다.

오는 20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1~3전시실에서 열리는 회고전은 작가의 조각, 설치, 드로잉 등 60여 점의 작품을 시대별로 나누어볼 수 있게 구성했다. 또 시대별 대표 작품과 함께 아카이브 자료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줌으로써 40여 년에 걸친 작업의 역사를 기록하는 뜻깊은 자리이기도 하다.

1전시실에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진행해 온 폐철근 추상조각 설치작업을 전시한다. 작가의 이전 작업들이 형상을 만들어내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었다면 근래의 작업은 변화하는 과정과 상황에 집중한다. 폐철근이 가지고 있는 구불구불한 선을 적당히 살리면서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힘을 주어 원하는 만큼 구부리고 펴는 노동집약적인 작업이다. 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작품들에서는 선과 선들이 마치 꿈틀거리는 듯한 율동감과 생명감이 느껴진다.

2전시실에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도시인’ 연작을 전시했다. 이 무렵부터 작가의 작업은 재료와 표현 면에서 큰 변화를 보인다. 이 시기 작가는 발전하는 도시문명 속에서 존엄성을 잃어가고 점차 황폐화돼가는 인간상을 주제로 ‘도시인’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강돌과 같이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재료로 만들어낸 도시인의 얼굴에는 회색 콘크리트로 가득 찬 도시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의 애환과 휴머니즘이 녹아 있다.

비상, 1993, 브론즈, 자연석, 50×16×47cm
3전시실에서는 1980년대 작가의 초기 조각 작품인 ‘율’ 시리즈와 주로 1990년대에 작업한 ‘비상’ 시리즈 그리고 2000년대 이후의 작업인 ‘이미지’ 시리즈가 전시된다. 작가는 20~30대 시절 주로 회화 작업에 몰두하다 1981년 41세의 늦은 나이로 영남대 조소과에 편입해 조각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입체 작업의 여정을 시작한다.

‘율’시리즈는 1980년 조각 작품으로 볼륨감을 강조한 여체를 덩어리와 선으로 형상화시킨 작품이다. 1990년대 작품인 ‘비상’은 고구려 벽화의 비천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빠른 속도감이 느껴지는 간결한 형태가 강조된 완성미를 추구했다. 또 최근작인 ‘이미지’ 연작은 그간의 인물 표현을 자연물로 연장시킨 작업으로 꽃과 나무 같은 자연물을 폐철근과 옥돌을 활용해 표현했다.

지역 원로 설치미술가인 박휘봉 작가는 부산사범대 미술과를 졸업한 후 지역 11개 중고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했다. 이어 영남전문대, 영남대에서도 강사생활을 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은퇴 후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개인전, 초대전 및 대구미술협회와 한국조각가협회 등 각종 단체 활동을 통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율, 1985, 브론즈, 17×12×76cm
대구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의 변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가능한 많은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며 “지역 원로작가의 부단한 노력과 불굴의 의지, 나아가 대구 미술의 우수한 작품성을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전시회”라고 소개했다.

지역 원로 설치조각가의 작업인생 40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사전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53-606-6139.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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