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사전적인 의미에서 이코노미스트(Economist)란 경제의 움직임이나 문제들에 관한 조사, 분석, 예측 등의 일을 하는 전문가들로 소위 경제학자나 경제연구자 등을 말한다. 이들은 주로 대학이나 각종 싱크탱크,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의 연구기관에서 활약하면서, 다양한 기관과 사람들을 대상으로 경제 전반에 대한 정보 제공은 물론 제언 활동을 수행한다. 때문에 경제 사회적 위기의 징후가 보이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주목받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의 맹위가 여전한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책 당국은 물론이고 이번 사태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기업과 개인들까지도 국내외 이코노미스트들의 입을 주목하기는 마찬가지다. 위기의 기간, 강도와 피해 범위, 극복 방법, 위기 후의 변화 등 이코노미스트들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도 많을 것이기에 말이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그처럼 기대에 마지 않는 이코노미스트들은 거의 매번 틀리기만 한다. 혹여, 맞히더라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 그 언젠가가 실현되었을 뿐이다. 어디까지나 운이 좋다면 자신이 한 예언이 언젠가 실현당할 것이고, 운이 나쁘다면 그런 경험을 생애를 통틀어 단 한 번도 겪지 못할 수도 있다. 그 뿐이면 다행이다. 틀린 예측과 전망에 대해 사과한마디 제대로 하는 법이 없다. 기껏해야 우린 점쟁이가 아니라 거나, 극단적인 예외 상황인 블랙스완(Black Swan)까지는 아니지만 기대 영역을 벗어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정도의 변명을 들을 수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위기 시에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측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와 낮은 신뢰가 교차하는 현상을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실제로 우리 경제를 예측한 주요 기관들의 수치만 봐도 그런 생각이 든다. 불과 며칠 사이에 한국은행은 IMF보다 정도는 약하지만 올 해 우리 경제가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 놓았고, 기획재정부는 정책효과를 감안해 플러스 성장 전망을 발표했다. 그 이전에는 국책연구기관인 KDI도 플러스 성장 전망을 한 바 있다.

민간기관들의 전망치는 좀 더 극적이다. 플러스 성장을 예측한 곳은 극소수로 대부분이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역성장 수준이 2%를 넘을 것이라는 곳도 있다. 이 후에 수정 전망을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그 마저도 아니다. 아마도, 매 분기마다 수정치가 쏟아져 나 올 것이다. 마치, 틀린 예측에 대한 사과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쯤 되면 이코노미스트나 전망기관으로서 실격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고, 기댈 만한 것이 못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게 전부일까? 그렇지 않다. 이코노미스트들의 주요 활동 영역에는 경제 전반에 대한 제언 활동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다시 말해 적어도 정책 당국이나 우리 사회에 경제 문제에 관한 제언을 할 목적으로 예측이 이루어진다고 한다면,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언은 결과에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기보다 조금은 틀리는 편이 좋다. 평상시라면 보수적인 경제 예측으로 정책 당국이 적절한 수단을 통해 경기의 과도한 부침을 조정할 수 있도록 자극할 수 있고, 위기 시라면 극단적인 비관적 예측을 피해 경제 주체의 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정책당국의 강력한 시장개입을 유도해 위기 극복의 동력을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경기 조정 책임을 지고 있는 정책 당국이 주요 의사결정과정에서 외팔이 경제학자(one-handed economist)의 달콤한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경고없이 지금 당장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라는 식으로 한 방향으로 제언하는 경제학자들만 있다면, 상대적으로 쉽게 정책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책에는 항상 양면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전 경고없이 주어지는 제언은 정책 당국의 고민을 덜어줄 수는 있으나, 기대효과만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측한 수치는 그것이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거의 예외없이 빗나가지만 예측의 방향성과 뒤따르는 제언에는 이런 고민들이 숨어 있는 점도 알아주었으면 한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