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용 마스크 구입대란’이 일어났다. 새로 선보인 비말차단용(KF AD) 마스크는 제조업체 웰킵스에서 지난 5일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기존의 보건용 마스크(KF94, 80)보다 얇고 가벼워 숨쉬기 편하다는 이점이 있다고 한다. 가격도 장당 500원으로 보건용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비말차단 기능은 KF 기준 55~80% 수준이다.

그러나 우려한 대로 출시 첫날 웰킵스 온라인쇼핑몰은 서버가 마비되는 소동을 빚었다. 소비자들의 동시 접속이 오전 한때 무려 780만 명에 이른 때문이다. 국민들의 다급한 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마스크 공급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원성이 빗발쳤다. 이날 공급량은 20만 장에 불과했다. 1인당 30장까지 살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입에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을 것이다.

특히 온라인 접속이 사실상 불가능한 다수의 노령층과 취약계층은 비말차단용 마스크 구입이 아예 불가능하다. 그들은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더운 여름날 얇은 마스크는 그들에게 우선적으로 공급돼야 할 물품이다. 그러나 약국 등 오프라인에서는 아직 판매조차 않는다. 몇 시간씩 줄서는 수고를 감수하더라도 구입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식약처는 이달 말이면 매일 100만 장 이상 생산이 가능해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보건용 공급이 안정된 상황이어서 비말차단용까지 공적 마스크로 지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마스크 수요는 지속될 것이다. 특히 덥고 땀이 많이 차는 여름철에는 얇은 마스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민간 수급 기능을 중시하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이 문제다. 식약처의 분석대로 된다고 하더라도 취약계층은 그때까지가 문제다.

지난 5월 중 공적 마스크 판매량은 한 주 평균 4천만 장에 이르렀다. 하루 평균 570만 장이다. 비말차단용 마스크 공급은 하루 100만 장이 고작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달 말까지 기다릴 일만은 아니다.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적 마스크 지정이 가장 좋지만 추이를 볼 필요가 있다면 정말 필요한 사람을 위해 일정 물량을 우선 오프라인 판매로 돌려야 한다.

시민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비말차단용 마스크 구입 대란은 정부가 원성을 자초한다는 느낌이 든다. 코로나 사태 초기 그런 소동을 겪고도 학습효과가 전혀 없다는 비난이 줄을 잇는다. 시민 입장을 우선시하는 더욱 세심한 마스크 수급정책이 요구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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