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웃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발행일 2020-06-07 15:13:0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새빨간 꽃이 텃밭 귀퉁이를 화사하게 밝힌다. 다가가 보니 양귀비꽃이다. 여러 번 씨를 뿌려두어도 싹트지 않던 꽃이 이제 드디어 때가 되었던가. 이웃에서 한 포기 묻어주었을까?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생각지도 않던 의외의 꽃이 피어나 하루의 행복을 더해준다.

꺼질 듯 꺼지지 않고 자꾸만 되살아나는 코로나 불씨가 걱정되어 뉴스에 눈을 주는데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시상식 가시죠?” 시집 한 권을 내밀며 입사 동기 팀장이 인사를 건넨다. 핸드폰 글쓰기 모임에 시인인 가족이 멤버로 참가하였다는 것이 아닌가. 특별상 수상자 이력을 보니 누이가 근무하는 병원이라 반가워 알은체를 한 모양이다. 일전에 그 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지인 추천으로 원고를 부탁받고서 얼른 써서 핸드폰으로 보냈었다. 출판기념회에서 두 명의 특별상을 시상하는 데 그중 한 명에 선정되었다면서 시상식에 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코로나19가 아직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 먼 거리를 이동하기에 망설여져서 불참을 통고하였다.

팀장이 다녀가고 난 다음 나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일었다. 아무도 아는 이 없는 그 모임에 너무나도 잘 알고 지내는 동료의 가족이 있을 줄이야. 정말이지 세상에 비밀이 없다더니, 보이지 않는 수많은 눈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허리를 똑바로 할 수밖에 없다.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마음대로 하였더라면 어쩔 뻔했겠는가. 정말이지 인생은 어느 순간에라도 최선을 다해 조심조심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가슴에 손을 얹는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꺼질 듯하면서도 꺼지지 않고 자꾸만 여기저기서 생겨난다. 한쪽을 집중하여 처리하다 보면 또 엉뚱한 곳에서 생기곤 한다. 모두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지만 사람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는가. 탁구장에서 마스크를 하고 운동을 하면 숨이 찰 터이니 벗어 던져버렸을 터이고, 건강과 면역이 중요하다고 하니 또 건강식품 방문 판매 업체에 연로하신 분들이 모여들지 않았으랴. 폭발적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하였던 대구에서는 이젠 학원 강사 전수조사에서 한 명 발생할 정도로 어느 정도 통제권에 들어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하던가. 숫자 0이 아닌 1이라도 나오는 날이면 온몸이 긴장된다. 혹시라도 또 폭발적으로 일어날까 봐서다.

의외의 뉴스가 이목을 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자가 격리 조치를 위반한 40대 남성이 체포당했다는 소식이다. 해외에서 입국해 2주간 자가 격리 통보를 받고 주거지에서 격리 생활을 하던 중 격리 장소를 무단으로 이탈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보건소가 경찰에 신고하였고 온갖 장비를 동원해 거의 2일 동안 탐색 끝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붙잡혔다고 한다. 경찰은 “앞으로도 보건당국과 협조해 자가 격리 위반자에 대해 신속하게 검거해 엄정하게 사법처리 하겠다”고 한다. 지루한 자가 격리 생활이 끝나고 나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경찰의 수사일 터이다. 자가 격리, 말로는 쉬울지 모른다. 2월 중순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검사를 하여 자가 격리를 시작하였던 한 가장은 자가 격리 생활 90일째라면서 우울하다고 하였다. 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꼼짝없이 가족들이 모두 음성이 나오고 다시 2주를 자가 격리하다 보니 사람이 살아있어도 사는 것이 아니라면서. 자가 격리 생활을 시작하였던 큰아이도 정말 어려운 시기였다고 토로한다. 귀국하자마자 검사를 하고 자가 격리 생활을 하면서 시차 적응도 되지 않은 시기에 정해진 시간에 문진표를 보내고 담당 공무원의 전화를 받는 것이 고역이었다고 한다. 일일이 챙겨주어서 고맙기 그지없는 배려이지만, 피곤함에 지쳐있는 이들에게는 그러한 연락과 방문이 어쩌면 서로에게 수고로움이 아닐까 싶었다. 법을 어기는 줄도 모르고 답답한 마음에 전국을 떠돌았던 것은 아닐까.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일탈의 유혹에 넘어갔을까. 밖을 나서면 수많은 제3의 눈이 지켜보고 있다. 현대를 사는 한국인은 하루 평균 80회가 넘게 CCTV에 찍힌다고 한다.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시작해 지하주차장, 출근길 교통기록 카메라, 버스 내부, 골목길 방범 카메라에 이어 차량의 블랙박스까지. 보통 이동할 때 수도권에선 거의 9초에 한 번꼴로 찍힌다고 하니 우리의 일상은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제3의 눈으로 둘러싸여 있떤 셈이다. CCTV는 범죄 해결이나 예방에 도움을 주어서 이런 자가 격리 위반자도 쉽게 찾게 되는 것 아닐까 싶다.

싱그러운 여름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소식 들으며 마음껏 웃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그날까지 모두 조심조심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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