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겸장 식 동시선거는 좋지 않다

발행일 2020-06-09 15:10:4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대선과 지방선거가 2022년에 치뤄진다.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대선일은 그 임기만료일전 7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이다. 현 대통령의 임기만료일은 2022년 5월9일이고 그 임기만료일전 70일은 민법 기간계산방법을 적용하여 역산하면 마지막 날이 만료되는 시점인 2월28일 자정이다. 그 이후 돌아오는 첫 번째 수요일은 ‘주간 수 계산 표준’에 의하여 2022년 3월 2일(수)이나 그 전일이 삼일절로 국경일이어서 공직선거법 예외규정에 의하여 그 다음 주 수요일인 3월 9일이다. 제8회 지방선거일은 그 임기만료일전 3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이다. 그 임기만료일은 2022년 6월30일이고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하면 지방선거일은 2022년 6월1일이다. 결론적으로 다음 대선일은 2022년 3월9일이고 다음 지방선거일은 동년 6월1일이다.

대선을 치르고 세 달 만에 또 지방선거를 치러야 할 처지다. 이런 사정 때문에 동시선거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 근거는 대략 세 가지다. 첫 번째가 선거예산 절감이다. 대충 봐도 양대 선거를 병합하면 선거비용이 줄 것 같다. 숟가락만 하나 더 얹어놓으면 되는 상황이 상상된다. 실제 약 1천500억 정도 절감된다고 한다. 양대 선거의 총 비용 약 1조4천160억의 10% 정도다. 1천500억도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생각만큼 절감되지 않아 보인다. 지방선거기간 14일이 대선기간에 맞춰 23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선거를 동시에 실시할 경우 선거기간은 긴 쪽에 맞춰 조정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 규정이 아니더라도 동시선거에서 각각 다른 선거기간을 적용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두 번째는 국력낭비 방지 차원이다. 양대 선거 모두 전국적 선거이기 때문에 국론이 극심하게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선거를 세달 사이에 연달아 두 번 실시한다면 심각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한번으로 통합·실시하는 편이 국력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세 번째는 국민편의 증진 차원이다. 연달아 두 번씩이나 선거를 치르는 일은 국민을 성가시게 하고, 안 그래도 투표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투표율을 더 떨어트린다는 주장이다.

동시선거를 주장하는 3가지 근거가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양대 선거를 동시에 해야 할 만큼 설득력 있어 뵈진 않는다.

첫째 예산 문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 주권자의 중대한 주권행사에 대해 비용의 다과를 시시콜콜 따진다면 민주주의의 본질을 바로 이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럽고 소모적이기도 하며 비경제적인 개념이다. 비용절감에 높은 우선순위를 둔다면 공정한 시험을 통해 대표를 임용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둘째 국력낭비 방지는 과장된 핑계다. 주권자의 대표를 뽑는 과정을 국력낭비라 보는 자체가 부적절하다. 두 번 선거하면 국력낭비고 한번 선거하면 국력낭비가 아니라는 말도 억지논리다. 두 차례의 작은 태풍이 한 차례의 큰 태풍보다 피해가 더 크다고 우기는 것과 진 배 없다. 국력낭비라는 그 이면에 간교한 계략이 숨겨져 있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

셋째 국민편의 증진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주장은 하지 않은 만 못하다. 국민이 불편하다고 국가대사를 몰아서 합치자는 말은 선거를 성가신 일로 치부하거나 선거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의식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다. 사안의 경중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다. 대선과 지방선거의 동시선거는 그 근거가 약하다.

대선과 지방선거는 국가중대사이기도 하지만 서로 독립적이다.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에 종속적이지 않다. 따라서 어떤 선거가 다른 선거에 흡수되어 묻어가는 식이 되어선 곤란하다. 둘을 동시에 하면 대선이 지방선거를 잡아먹을 가능성이 높다. 대선의 이슈와 바람에 묻혀 지방선거가 실종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방선거가 무의미하게 되는 셈이다. 거의 1조 원대의 예산이 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유명무실해진다. 대선과 국회의원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를 각각 분리하여 실시하는 것은 그 이유가 있다. 세 종류의 선거가 독립적으로 판단되어 주권자의 바른 선택을 이끌어내도록 고안된 결실이다. 선거일을 법정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각각의 선거를 통해 견제와 균형이 보완되도록 주권자에게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는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대선과 지방선거의 간격이 여유롭지 않긴 하지만 양대 선거를 합쳐야 할 명분은 뚜렷하지 않다. 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 점도 넘기 힘든 장애물이다. 현행법대로 각각 따로 실시하는 것이 순리다. 양수겸장 식 동시선거는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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