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마니

임채성

심마니 삼을 찾듯 꽃을 좇아 꽃마니라/ 아내 몰래 할부로 산 카메라 둘러메고/ 꽃 앞에 납작 엎드린 꽃마니가 있었네

야생의 꽃을 탐해 야생으로 사노라며/ 해돋이 해넘이를 마른 숲에 묶어 두고/ 뭇 꽃과 눈을 맞추는 꽃마니가 있었네

노루귀 처녀치마 앉은부채 얼레지까지/ 그 싹 행여 밟을세라 고승 같은 걸음발로/ 본 꽃도 보고 또 보는 꽃마니가 있었네

성에 낀 가슴속에 못다 일군 꽃밭뙈기/ 홀로 피는 봄꽃처럼 도시를 멀리한 채/ 꽃잎에 술을 따르는 꽃마니가 아직 있네

........................................................................................................................임채성은 경남 남해 출신으로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고 시조집으로 『세렝게티를 꿈꾸며』『왼바라기』와 시조선집『지 에이 피』등이 있다. 언어 감각과 개성이 남다르고 우리를 둘러싼 삶과 세계를 직시하면서 한 편의 시조로 형상화하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꽃마니’는 호흡이 긴 작품이다. 심마니 삼을 찾듯 꽃을 좇아 꽃마니라에서 보듯 아름다운 꽃을 찾아 카메라 앵글을 맞추는 화자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카메라는 아내 몰래 할부로 산 것이다. 그것을 둘러메고 꽃마니는 꽃 앞에 납작 엎드린다. 자연 앞에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 같다. 그리고 화자는 야생을 꿈꾼다. 그의 첫 시조집 『세렝게티를 꿈꾸며』에서 보듯 야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아프리카 세렝게티를 마음껏 내닫고 싶어 하듯이 야생의 꽃을 탐해 야생으로 살고자 한다. 그것은 곧 해돋이 해넘이를 마른 숲에 묶어 두고 뭇 꽃과 눈을 맞추는 꽃마니의 삶이다. 온갖 꽃들로부터 받는 영감은 늘 새로운 것이다. 그들과 눈을 맞추면서 한없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각양각색의 꽃은 무한한 상상력의 보고이자 삶을 새롭게 하는 정서적 자극이 되기도 한다. 그 생김새와 향기는 또 다들 달라서 마음을 끌어당긴다. 묘한 아름다움을 필설로는 다 표현하지 못한다. 노루귀 처녀치마 앉은부채 얼레지까지 그 싹을 행여 밟을세라 극히 조심스러운 걸음발로 본 꽃도 보고 또 본다. 본 꽃을 또 보아도 더없이 좋은 것이다. 그러면서 성에 낀 가슴속에 못다 일군 꽃밭뙈기를 생각한다. 그는 홀로 피는 봄꽃처럼 도시를 멀리한 채 꽃잎에 술을 따르는 꽃마니로 지금도 어느 산골짜기나 들판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꽃마니’는 제2회 정음시조문학상 수상작이다. 심사평은 다음과 같이 이 작품의 문학적 성취를 평가하고 있다.

‘꽃마니’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정형시의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꽃마니’의 매력은 시의 눈인 심마니의 변용 즉 꽃마니의 발견과 명명에서 발현된다. 아내 몰래 할부로 산 카메라 둘러메고 나가서 뭇 꽃과 눈을 맞추거나, 보고 또 보는 홀림에 빠지거나 심마니와 꽃마니로 시를 찾아 헤매는 ‘시마니’까지 담보한 것이다. 낯익은 꽃과 낯익은 형식에 부여한 새로움은 말맛을 높이는 리듬과 함께 반복의 활용을 더욱 유장하게 만든다. 넷째 수 종장 꽃잎에 술을 따르는 꽃마니에 오면 한 편의 완결이자 극치를 이룬다.

정형의 기율은 옛것이되 시조의 형식은 태생적으로 변용과 변주가 가능하다.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각 마디마다 얼마간의 변화가 가능하다. 흔히 이것을 두고 가변성이라고 한다. 요체는 얼마나 자연스러운가에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담긴 내용이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 그때 시조는 현재적 가치를 지닌 시의 한 갈래로서 그 몫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이정환(시조 시인)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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