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세계탈박물관 김동표 관장은 하회탈을 깎는 장인이다.
그는 이웃사람이 이런 것도 만들 수 있겠냐고 가져온 우표 한 장에 당연하다는 호기를 부렸는데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잘 됐으면 하나만 만들고 끝났을지 모르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만들고 또 만들다보니 어느새 하회탈의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긴 세월을 오직 하회탈 제작에만 평생을 보냈다고 한다.
예전에는 탈 하나를 제작하는데 하루면 족했는데 요즘은 4~5일이나 걸린다는 김 관장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예전에는 탈을 제대로 모르고 탈이 가진 선을 살려 만들면 되던 게 세월이 흐르면서 보이지 않던 복잡한 선이 보이고 몰랐던 패턴도 보여서 그걸 다 표현하다 보니 작업 시간이 갈수록 길어진다”며 “처음엔 다 같은 줄 알았던 탈도 어느 쪽은 더 깊게 들어가고 어디는 도드라지는 게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씩 보이게 되더라”고 말했다.
탈 만드는 일 뿐 아니라 모으는 일에도 열성인 김 관장은 파푸아뉴기니의 머드맨 마스크 수집 과정에서 있었던 일화도 소개했다. “머드맨 마스크를 항공 수화물로 받아보니 산산조각이 나서 흙가루가 됐던 기억 때문에 결국에는 비행기 안에서나 차에서도 무릎위에 올려 세 번째 시도 끝에 어렵게 가져온 게 지금 전시된 머드맨 마스크”라고 소개했다.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한 자료를 많이 확보해 세계적인 탈 박물관으로 키우고 싶다는 김 관장은 탈의 본고장인 안동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탈춤페스티벌과 우리나라 탈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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