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로 정상 등교와 강의에 차질을 빚고 있는 대학가에선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1학기 등록금 반환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과 교육부에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기 위해 6월2일 경산시청을 출발한 지역 5개 대학 학생들이 세종시 교육부 청사까지의 230km 대종주를 하고 있다. 신영준 기자
▲ 코로나19 사태로 정상 등교와 강의에 차질을 빚고 있는 대학가에선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1학기 등록금 반환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과 교육부에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기 위해 6월2일 경산시청을 출발한 지역 5개 대학 학생들이 세종시 교육부 청사까지의 230km 대종주를 하고 있다. 신영준 기자


대학가는 요즘 등록금 반환 문제로 뜨겁다. 코로나19 사태로 1학기 대다수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된 데다, 이마저도 부실하게 진행되자 학생들 사이에서 등록금 반환 요구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수업 결손과 부실 강의에 불만이 커진 학생들은 한 학기 수백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이 상황에서도 그대로 내는 게 공정한가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공정성 문제는 이내 학생들의 공감대를 얻게 되면서 각 대학에서는 총학생회가 중심이 돼 대학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여론도 학생들 입장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많다. 최근 ‘대학등록금 반환 또는 감면’과 관련한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4명 중 3명이 찬성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과 교육부는 학생들의 이 같은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아예 외면하고 있다.

법적으로 등록금 환급 권한이 있는 대학에서는 당장 대학의 재정 형편을 이유로 들며 환불해 줄 재원이 마땅치 않다고 한다. 대신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등록금 일부 반환 문제는 각 대학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고, 등록금 인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등록금 반환을 놓고 학생들과 대학, 교육부의 입장이 이처럼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지역의 일부 대학 총학생회가 교육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국토대종주라는 실력행사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대학등록금은 이번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는 늘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이번에는 등록금 반환이 문제가 됐지만, 과거에는 등록금의 적정성, 즉 지나치게 비싼 고액 등록금이라는 시비가 많았다.

오랫동안 논의됐던 사안인 만큼 정부와 정치권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는 그동안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내놓았고 일부 의견들은 실제로 정책에 적용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 등록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만이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과거에 우골탑으로 불리던 대학이 근래에는 인골탑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한다. 대학등록금은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선 지금도 부모들에게는 ‘뼈를 빼 먹을’ 정도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 거세지는 등록금 반환 요구

경산지역 5개 대학 총학생회 학생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학습권 침해에 항의하고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기 위해 6월2일부터 경산시청에서 세종시 교육부 청사까지 230km 대종주에 나섰다. 5개 대학은 영남대학교를 비롯해 대구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구한의대학교 경일대학교 등이다.

학생들은 출발 당일 경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1학기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정당하게 받아야 할 학습권이 침해된 만큼 그에 상응해 등록금 반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짐에도 교육부와 대학에서 적절한 방침과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에 추가예산 편성과 등록금 반환을 권고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교육부 청사에 도착하는 대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해 교육부 담당자들을 만나 “지난 3개월간 대학가 정책이 전무했던 점에 대한 사죄와 합당한 해결책 제시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4월 중순께 대구권 대학들은 1학기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진행할 거란 방침을 정한 바 있다. 그러나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업 내용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대학등록금 반환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학 커뮤니티나 SNS 등에는 온라인 강의의 질에 문제를 제기하고 불만을 터트리는 학생들의 글이 많이 올라왔고, 또 각 대학 학사과나 총학생회에도 이런 불만들이 접수됐다. 실제로 일부 교수들의 경우 강의 영상을 올리지 않고 논문 요약 파일이나 과제물만을 올려 학생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강의 질과 수업 결손에 대한 불만은 곧 1학기 300~400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 환급 요구로 번져나갔다. 학생들은 “수백만 원의 학비를 내고 이 정도 수준의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게 합당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대학과 교육부 대응은

대구와 경산권 대학 총학생회는 이미 3월과 5월 초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에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학가 대책 마련 촉구’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교육부는 등록금 일부 반환 문제는 각 대학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고, 등록금 인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을 위해 학자금 지원 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으며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활용한 학생 지원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당시 ‘교육부로부터 지침을 받지 못했다’고 한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반응과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렇게 대학과 교육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만 흘러가자, 전국대학생총학생회와 전국대학생네트워크 등 다수 대학생 단체를 중심으로 교육부나 대학을 상대로 한 등록금 반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대구권 일부 대학에서는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경일대는 재학생 전원에게 특별장학금 15만 원~22만 원씩을 계열별로 지급했고, 계명대는 재학생 2만3천 명 전원에게 학업장려비 20만 원을 지원했다. 또 대구가톨릭대는 특별재난지역에 지정된 대구 경산 청도 봉화 거주 학생들에게 최대 100만 원의 재난피해 장학금을, 대구대 대구한의대 영남대 등은 재학생 전원에게 특별장학금 10만 원을 지급했다.

◆ 대학등록금, ‘언터처블’인가

대학정보공시포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20년 전국 대학생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672만6천600원이고, 예체능 계열의 경우 전체 평균보다 약 100만 원가량 많은 연간 774만2100원이다. 이를 보면 관점에 따라 다소 이견이 있을 순 있겠지만 대학등록금은 서민 가계에 부담이 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현재의 대학등록금 책정 시스템은 2011년 반값등록금운동 등 큰 홍역을 치른 끝에 마련된 것이다. 그 이후 정부는 대학에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설치토록 했고, 또 등록금상한제를 도입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장학금을 도입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그런데도 매년 신학기 때면 대학가에서는 등록금 인하 요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학 등록금이 비싼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다. 국가의 대학재정 지원이 너무 적다는 주장도 그중 하나다. 교수, 교직원 등의 높은 인건비에다 대학 내의 수많은 건물 신축 및 개·증축, 그리고 시설 유지비 등, 돈 들어갈 곳이 많은 대학이지만, 현재 재정 수입의 50%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다 보니, 고액등록금이란 비판에도 외면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코로나 사태에 따른 등록금 환불 요구도 정부의 지원 없이는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학생들의 요구를 단순히 코로나 사태의 등록금 환불 문제로만 국한해서 볼 건 아니란 지적도 있다. 그동안 등록금 책정을 비롯해 학사운영 결정 전반에서 대학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해 온 게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등록금 환불 요구와 함께 학사운영의 학생 참여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까지 정부나 대학에서는 등록금 문제가 이슈가 될 때마다 서로 책임 떠넘기기 행태를 보여왔다. 정부에서는 학교 재단의 도덕적 해이를 거론하며 재정지원 확대 요구를 피해 갔으며, 대학에서는 자정 노력은 소홀히 한 채 시간강사 채용이나 연구지원 예산 축소, 학과 통폐합 등으로 부족한 재원을 메꿔오는 식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불거진 등록금 문제를 계기로, 직접 이해당사자인 대학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낮춰 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 마련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 전국총학생회협의회 소속 대학생들이 6월8일 국회 앞에서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며 교육부 및 대학의 안일한 대처를 규탄하고 있다.연합뉴스
▲ 전국총학생회협의회 소속 대학생들이 6월8일 국회 앞에서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며 교육부 및 대학의 안일한 대처를 규탄하고 있다.연합뉴스


▲ 2일 경산시청에서 지역 5개 대학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2일 경산시청에서 지역 5개 대학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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