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수

대구관광뷰로 대표이사 오용수



대구와 경북의 통합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1년 반 전에 두 단체장이 생각을 밝혔고, 그 후 몇 차례 발표도 있었다. 한 뿌리와 경제통합, 행정통합이 주된 화두다. 대구는 생활과 교육, 경북은 산업과 생산에 강점이 있다. 합하면 인구 500만, 국토 20%라는 수도권에 비견할 거대 지자체가 생긴다. 여기에 제주처럼 특별 자치제를 도입하여 혜택과 성과를 높이면 금상첨화다. 필요와 효과는 충분하고,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정책은 사회적 관심사를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생각도 가다듬어 의제로 삼아 계획을 짜고 이를 홍보도 하며 실행에 옮긴 뒤 결과를 분석·평가하여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절차로 수행된다. 특히 대통합과 같은 큰 계획인 경우에는 작은 프로젝트를 먼저 해보고 잘 된 부분은 강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간다면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대구경북 통합의 선봉을 문화관광으로 보고 있다. 대구는 오페라, 뮤지컬, 무용, 미술 등 현대 문화가 경북은 사찰, 서원, 산림, 해안 등 역사, 자연이 중심이다. 대구는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관광에도 활용한다. 경북은 면적이 넓은 탓에 해당 지역 주민들 이용에다 타 지역민에게도 문호를 열어 관광으로 많이 활용되길 원한다. 대구는 문화예술 창작, 발표 등에 돈이 들지만 경북은 문화재 보존, 유지, 관리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그래서 관광객들을 유치해서 비용을 충당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대구관광은 외국인 개별관광객에 경북은 국내 단체관광객에 강점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하여 단체관광과 외국인관광이 당분간 멈춰 섰고 국내 개별관광이 중심이 되었다. 또 예전과는 달리 관광객이 몰리는 곳보다 한적하고 힐링하기 좋은 관광지가 인기다. 이에 경북은 발 빠르게 언텍트(Untact) 관광지를 정하고, 대대적인 유치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구는 코로나를 시민들과 의료진의 노력으로 극복함을 내세우며 안전관광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함께 선포식을 열고 교차 근무를 하며 관광 현장도 돌아보고, 추진 회의도 주재했다. 또 문화관광국장을 상호 파견하여 근무케 하였고 대구경북 대표관광상품도 만들었다. 그리고 올해 공동판촉을 벌여 국내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로 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물론 특수한 상황이지만 하반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광업체들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관광객 유치에 힘을 모아야 한다. 당초 통합을 염두에 두고 추진한 것은 아니지만 관광의 해 사업이 대구경북 통합의 첫 단추가 된 셈이다. 그런 만큼 과정과 결과는 향후 통합 추진에 많은 참고가 되리라 예상된다. 즉 대구경북이 함께 할 때 꼭 챙겨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은 무엇인지 또 인사 교류를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냉철하게 분석하여 계획에 반영하면 좋겠다.

한걸음 더 나아가 2021년을 포스트 관광의 해로 삼아 올해 아쉬웠던 점도 해소하고 통합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함도 필요하리라 본다. 이번에는 관광의 해 통합추진조직을 만들어 양 측의 공무원, 공공기관의 임직원들로 구성해 보면 어떨까. 중복 조직 문제도 해소하고 효율적이고 빠른 의사결정도 하게 될 것이다. 첫 단추가 잘 꿰지면 나머지도 쉽게 풀린다. 이제 통합의 필요성 등 원론적 주장보다는 디테일한 세부 방침과 실행 계획 수립에 몰두해야 한다.

봉준호 감독의 별명이 봉테일이라 한다. 그는 대작을 만들면서 치밀한 대본과 배우들의 표정 하나, 동작 하나까지도 신경을 쓴다. 디테일이 강해야 관객이 공감하고 감동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통합은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만큼 중차대한 미래 전략인 만큼 큰 그림과 함께 작은 일이라도 쉽게 봐서는 안 된다. 특히 양 시·도 수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통합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고 물러설 수도 없다.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심정으로 오로지 대구경북 대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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