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더위로 열화상카메라 걸리는 사람들 많아져||열화상카메라 보여주기식 절차로 전락, 온

▲ 15일 대구 동구청 입구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의 모습.
▲ 15일 대구 동구청 입구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의 모습.


대구의 무더위에 지역 곳곳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들이 점점 변별력을 잃고 먹통이 되고 있다.



무더위를 머금은 시민들에 열화상카메라들이 반응하며 울려대는 통에 방역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것.



“삐빅, 삐빅, 삐빅.”

15일 오후 2시 대구 동구청 입구에 설치해 둔 열화상카메라에서는 경보음이 연신 울렸다.



30℃가 넘는 폭염 속에 구청을 방문한 민원인들은 요란하게 울리는 열화상카메라의 경보음에 당황하며 바짝 얼어붙었다.



민원인 김모(35·동구)씨는 “아무런 생각 없이 통과하다가 갑자기 경보음이 울리는 바람에 나도 혹시 코로나 감염(?) 이라는 생각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며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고 10분 후에 다시 발열 체크를 했더니 정상이라고 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열화상카메라의 단속 온도는 37.0℃. 코로나19 의심증상인 발열증상의 기준 온도가 37.5℃임을 감안한 것이다.



열화상카메라에 경보음이 울리면 시설 관계자들은 일단 의심환자로 분류해 시간을 두고 다시 한 번 발열 체크를 시행, 여전히 발열이 있을 경우 시설 출입거부와 함께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무더위로 인해 체온이 일시적으로 상승한 이들이 많아지며 발열 증상과 상관없이 열화상카메라를 통과할 때 경고음이 작동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최근 무더위로 인해 오후 1시 이후 폭염시간대에 구청을 방문하는 민원인들 2명 중 1명은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며 “열화상카메라가 건물 입구에 있어 체온과 더불어 바깥의 열기를 그대로 머금고 들어와 온도가 더 높게 잡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점점 잦아지는 열화상카메라 경보음에 단속하는 직원들도, 걸리는 민원인들도 모두 무감각해지며 ‘안전 불감증’이 우려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



열화상카메라 설치 초반에는 “삑” 소리가 나는 경우 모두들 바짝 긴장해 요란을 떨었지만, 경보음 울림이 일상화되면서 이제는 모두들 ‘날씨가 더워서 그러려니’ 하는 무감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 지자체는 오후 시간에는 경보음이 계속 울려대는 통에 업무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아예 경보음 소리를 줄여놓기도 한다고.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일선에서 걸러내기 위해 설치된 열화상카메라가 이처럼 변별력을 잃고 보여주기식 절차로 전락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열화상카메라 업체 관계자는 "검은색이 빛을 잘 흡수해 무더운 날씨에 오래 야외에 있게 되면 머리카락 등이 실제 체온보다 훨씬 뜨거워진 상태라 열화상카메라에 걸릴 수도 있다”며 “야외에 오래 있었다고 판단되면 그늘에서 10~15분가량 시간을 두고 다시 발열체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구보건소 관계자는 “무더위가 시작되며 열화상카메라만으로는 발열 환자들을 변별해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열화상카메라와 함께 비대면 체온계 등을 함께 사용해 방역망에 혼선이 없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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