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얼음 폭탄, 우박

발행일 2020-06-18 15:47:0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종석

기상청장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현종 즉위년인 1659년 6월20일, 함경도 길주에서 계란만한 우박이 내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우박으로 어린아이가 맞아 죽었다는 기록도 있었으며 중종 11년(1516년) 4월27일에는 천안 아산과 평택에 주먹만 한 우박이 떨어져서 가축과 사람이 다쳤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올해의 경우 5월18일에 천둥·번개와 함께 우박이 내렸으며, 지난해인 2019년 6월15일에는 경북지역으로 2cm의 우박이 내려 1천283ha 이상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였다. 2017년 5월31일 전남 담양에서는 4cm 이상의 우박이 떨어져서 자동차 유리가 깨지기도 했었다.

이처럼 우박은 흔히 발생하는 기상현상은 아니지만, 한번 발생하면 위험을 가득 안고 있는 폭탄 같은 존재이다. 우박이 발생하는 이유는 계절이 여름으로 가면서 대기 하층은 더운 반면에 대기 상층은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에 의해 대기가 불안정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안정해진 공기의 경우 대기 하층의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려고 하고 대기 상층의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오려고 하면서 대류가 강하게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구름 속의 얼음 결정에 물방울이 얼어붙는 상고대 과정을 거치면서 우박이 성장하여 무거워지면 더는 상승기류로 떠 있지 못하게 되어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국내의 우박 사례의 경우 지름 2cm 이하의 우박이 주를 이루지만, 2017년 담양 우박 사례와 같이 4cm 이상의 우박 사례도 간혹 발생해왔다. 우박의 크기에 따른 피해를 살펴보면, 지름 0.5cm 미만의 우박이 떨어질 경우에는 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지름 0.5~2cm(완두콩 크기)의 우박이 떨어지면 작물에 피해를 준다. 지름 2~3cm(동전 크기)의 우박이 떨어지면 비닐하우스와 과수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지름 3~4cm(탁구공 크기)의 우박의 경우는 자동차 도장면이 손상을 입고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야외에 있는 조류나 가금류가 죽을 수도 있다. 지름 4~6cm(골프공 크기) 우박의 경우는 자동차나 항공기 유리창이 파손되면서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지름 6~8cm(테니스공 크기)의 우박의 경우는 지붕의 기와가 파손되고 건축물에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국내에서 우박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충청남도, 강원도 영서지방, 경상북도 등이 있다. 충청남도, 강원도 영서지방, 경상북도의 경우 모두 지형적인 요인으로 봄철에 우박이 내리기 쉽다. 충청남도는 서해에서 비구름이 유입되기 쉽고 차령산맥의 지형효과를 받기 때문이고, 강원도 영서지방과 경상북도의 경우는 해발고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우박이 녹지 않고 지상까지 떨어지기 유리한 지형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박으로 인한 피해를 완전히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우박이 예보된 경우 사전 대비로는 과수원의 경우 간격이 촘촘한 그물망을 설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피해 예방법이다. 자동차의 경우는 가급적 야외 주차보다는 실내나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이 좋다. 과수에 우박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면 열매솎기와 비료 주기 등으로 생육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상처가 난 잎이나 줄기에는 살균제와 영양제를 뿌려 덧나지 않게 조치하여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우박은 기상특보 없이 발생하는 기상재해 중 계량화된 피해액이 가장 큰 기상 현상이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선제적인 우박 예측을 위해 우박 판단 가이던스를 개발하여 우박 예보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천리안 2A호의 대류운 탐지 영상과 레이더 우박 영상을 개발 및 활용하여 실시간 우박 신호를 탐지하여 초단기예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기상청에서는 우박 예상 시 선제적이고 정확한 기상정보 제공으로 우박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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