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데다, 확진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대구 코로나 피해가 너무 큰 탓에 다들 살림살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이런 말이 거의 습관적으로 나오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위기 상황을 헤쳐가는 데 앞장서고 시민들의 힘을 한데 모아가야 할 지방정부인 대구시가 요사이 시민 정서와 너무나 동떨어진 행태를 여러 차례 보여 시민들의 질타가 많다. 공무원들의 생계자금 부정수급에다 수백 명을 한데 모으는 의료인 행사 추진, 간호사 수당 미지급, 300만 원 벌금형이 포함된 행정명령 발표까지, 근 한 달 새 지역민들의 입에 오르내린 굵직굵직한 일만 해도 여럿이다.

물론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가장 고생하고 헌신한 이들이 의료진과 함께, 대구시를 비롯해 구·군의 공무원이었음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렇더라도 근래 벌어진 일련의 일들에 대해 대구시가 그 책임을 내려놓을 순 없을 것이다.

지난주에는 대구 공무원들의 긴급생계자금 부정수급 사건이 알려졌다. 그 내용이야 다 나왔으니 더 말할 게 없겠지만, 문제는 사건 이후 보인 대구시의 초기 대응이 영 미덥지 않았다는 것이다. ‘절차에 따라 환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시의 최초 입장 표명이었는데, 이게 듣기에 따라선 단순히 행정 착오나 개인의 실수에 불과하다는 식의 변명조로 들려 시민들의 화를 더 돋우었다.

잘못된 일이 발생하면 먼저 백배사죄하고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충분한 설명과 함께, 책임 소재를 찾아 응분의 조처를 하겠다는 정도의 태도를 처음부터 보였어야 했고, 그게 최소한 시민들에 대한 염치 있고, 상식적인 대응이 아니었는가 하는 말이다. 오죽했으면 국무총리가 나서 대구시에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겠는가. 그나마 늦게라도 시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듯해 다행스럽긴 하다.

비슷한 시기, 또 시민들에겐 코로나19 대응에 겨를이 없어야 할 지역 한 거점·전담병원 노동조합에서 내놓은 성명이 충격이었다. ‘대구시는 의료진 등 코로나19 대응 봉사자 500명을 동원해 격려 이벤트를 하려는 계획을 전면 취소하라’는 게 그 내용이었다. 성명이 나온 전후 사정은 더 기가 막혔다. 시가 이달 하순 놀이공원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 계획을 세우고 병원에 공문을 보내 참석자 명단을 미리 통보해 달라고 한 것을 노조에서 ‘정신 차리라’고 시를 깨우치는 의미로 성명을 내게 된 것이라고 한다.

결국 이 행사는 취소됐지만, 전염병이 여전한 상황에서 적잖은 예산을 들여 이런 행사를 추진한 시의 배짱과 무분별함, 그리고 안일한 사고방식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나온 시의 해명도 ‘한국관광공사가 제안해서 추진하게 됐다’는 책임 떠넘기기였다.

예산 얘기가 이왕 나왔으니 한 가지 더 짚는다. 대구시는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전국에서 온 의료진들의 도움을 받았다. 시는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중앙정부 예산지원으로 이들에게 수당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제때 지급하지 못해 미숙한 행정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또 대구 간호사 수천 명이 아직 위험수당을 받지 못해 불만이 크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 미지급 이유가 참 묘하다. 위험수당의 경우 타지역에서 온 간호사는 받을 수 있지만 대구에 있는 병원 간호사들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위험한 일은 똑같이 했는데 대구는 안 되고 다른 지역은 된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

행정이란 게 뭔가. 여러 이론이 있겠지만 일반 시민들은 내가 사는 공동체에서 그 구성원들이 불편함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행정과 그 기관에 기대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벌어진 일들은 시민의 기대와 신뢰에 큰 흠집을 낸 것이다. 대구시장을 비롯해 공직자들은 이를 단순히 일과성 사고로 볼 게 아니라 그런 일들이 왜 거푸 일어나게 됐는지 깊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공직자에게 더 의지하고 기대치가 높아지는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백번 잘해 놓고도 한두 번 실수로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는 게 세상사 이치가 아닌가.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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