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추가 건립하라

발행일 2020-06-21 14:15:2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가톨릭대병원이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선정에서 탈락했다. 지역 의료계는 충격에 빠졌고, 시민사회에서는 ‘또 하나의 TK패싱’이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구·경북은 바이러스 감염병인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지역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도 상징성이 크다. 그런데도 국가지정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지역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다는 사실은 정말 뜻밖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9일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 의료기관으로 양산부산대병원을 최종 결정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유치를 신청한 영남권 7개 종합병원 중 양산부산대병원과 함께 최종 후보 2곳으로 선정됐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탈락했다.

대구는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쌓은 데이터베이스와 다양한 진단·치료 노하우, 조직적 대응체계 등이 다른 지역보다 크게 앞선다.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에 적합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지리적으로 영남권 한가운데 위치해 접근성이 우수하다. 대구·경북뿐 아니라 부산· 울산·경남권 주민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번 탈락과 관련, 대구시는 이례적으로 ‘유감스럽다’는 성명을 냈다. 성명은 “대구는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한 방역 모범도시로 민관 협력을 통해 감염병에 대응하는 소중한 경험과 역량을 갖게 됐다”고 강조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산부산대병원을 선정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표현은 유감이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는 항변이다.

메디시티대구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대구는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의 최적지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며 “지역 의료계의 결집된 역량과 경험이 한순간에 무너져 참담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장평가 이전에 제기된 ‘양산부산대병원 내정설’을 거론해 ‘정치적 판단’ 가능성을 비추기도 했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해당 권역의 감염병 환자 진단·치료·검사와 함께 공공·민간 의료기관의 감염병 대응 전문인력 교육과 훈련을 한다. 영남권의 인구는 1천283만 명으로 중부권(553만 명), 호남권(515만 명)의 2배가 넘는다. 인구가 많은 영남권에 1곳의 전문병원을 건립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대구시와 지역 의료계는 영남권을 감염병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전문병원의 추가 건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충분히 일리있는 주장이다.

국민에게 긴급 생계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급한 것은 감염병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병원 설립이다. 정부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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