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전 의원의 ‘대구시청행’에 지역 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홍 전 의원을 차기 경제부시장으로 영입하기로 한 것은 정치권과 중앙 부처와의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해주는 데 적격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권 시장의 바람처럼 홍 전 의원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홍 전 의원에 대한 지역 내 평가는 엇갈린다.

20대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지역 예산을 확보하는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여당 의원으로서 지난 8년 간 지역에 ‘뚜렷한 선물’하나 가져다 주지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지역민심과의 소통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인다.

무엇보다 홍 전 의원의 경우 민주당 내 확실한 지분과 원조부대가 없다는 평이 많다.

한 예로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사들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국무총리실에서 재검토키로 해 논란이 됐을 당시 홍 전 의원은 당과 정부를 겨냥, 어처구니 없는 밀실정치라며 강하게 항의하고 나섰지만 당내 공허한 목소리로 취급받은 바 있다.

더구나 이런 목소리를 낸 지 하루 만에 총리실 검증 합의문이 만들어진 계기가 통합신공항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동남권 신공항에 관여하지 않기로 양해한 대구경북 시장·도지사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등 모든 책임을 시도지사에게 전가하려 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권 시장이 홍 전 의원을 경제부시장직에 앉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구시의회도 내부적으로 반발 기류가 거세다.

한 대구시의원은 “원 구성 협의를 두고 민주당이 연일 통합당을 겁박하고 있고 이것이 지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판국에 통합당 소속인 권영진 시장이 경제부시장을 민주당 인사에게 제안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의원도 “현재 민주당의 텃밭인 전라도의 경우 통합당이 여당시절이었을 당시 대구보다 더 많은 예산을 챙겨갔다”며 “왜 여당에 기대 대구 몫 예산을 챙겨오려 하는가. 통합당 국회의원들과 대구시가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구시장을 노리는 홍 전 의원에게 권 시장이 발판을 마련해주는 꼴이라는 비난도 제기된다.

한 대구시의원은 “홍 전 의원이 차기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할 것이란 설이 파다한 가운데 홍 전 의원에게 경제부시장 자리를 맡기는 것은 차기 시장을 민주당에 넘겨주려는 것과 다름없다”며 “홍 전 의원도 이를 염두해 두고 ‘골이 빠게지게 고심 중’이라고 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말은 안해도 시장직 출마에 관심이 있는 통합당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홍 전 의원의 영입을 두고 지난 19일 대구지역 통합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모여 의견을 교환한 당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홍 전 의원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 남경필 전 경기지사도 연정에 실패했다는 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또 다른 의원은 “홍 전 의원을 끌어들여 문제를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에서도 홍 전 의원의 ‘전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듯 하다.

정가 소식통에 따르면 민주당 핵심부에서 “(통합당과) 지금 대연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당 차원에서 보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는데 굳이 대구시 부시장직을 수락할 이유가 있냐”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권 시장이 홍 전 의원에게 경제부시장직을 제안한 것은 코로나19와 통합신공항 지체 등의 돌파구로 권 시장이 ‘대구 발전을 위해 모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 여당과 협치의 정치를 보여줬다’는 평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며 “이런 것보단 지역 정치권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22일 홍 전 의원은 “당적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암초”라며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홍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고민이 깊어진다. (경제부시장직을 제안받은 지 ) 2~3일이 지나고 있다”며 “솔직히 말해서 단순히 정부·여당과 연결고리로 제의된 자리라면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줄탁동시의 자세가 필요하다. 며칠 더 고민하고 점검하겠다”며 “시너지 효과가 없어 가다가 불행해지는 것보다 가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