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면전에서 용돈을 달라는 아이

발행일 2020-06-23 15:51:5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경희

환경운동실천협의회 대변인

환경운동실천협의회 김경희 대변인
손님 왔을 때 면전에서 용돈 달라고 하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는 체면 때문에 이것을 거절하기 어렵다. 그래서 용돈을 줄 수밖에 없다. ‘너 손님 가시면 두고 보자’고 생각하지만 손님 가면 혼내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 이런 고약한 버릇을 배우면 비열하고 졸렬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쉽다. 나중엔 어떻게 되더라도 일단 남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서 배를 불리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젊은 부부의 아이 키우는 풍속이 바뀌었다. 비록 손님 앞이라도 자녀들을 무섭게 훈육하는 젊은 부모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손님 면전에서 용돈을 요구하는 것같이 부모의 약한 상황을 잘 이용하려는 자녀가 나타나면 일단 손님께 양해를 구합니다. 그리고 손님의 면전에서 훈육을 한다.

지금 월성에 맥스터라는 손님이 왔다. 용돈 달라는 아이들이 있다. 맥스터를 제때 건설하지 못하면 월성 원자력발전소를 세워야 한다. 용돈을 받아내기 적절한 타이밍이다. 과거와 같았으면 용돈을 주고 말았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는 정부도 한수원도 용돈까지 주어가며 원전가동을 하지 않을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지역의 청소년들도 이제 많이 자랐다. 과연 우리 부모님들이 한수원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서 용돈을 타냈다는 것을 알면 부모를 자랑스럽게 여길까? 아니면 수치스럽게 생각할까?

한수원이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에는 원전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밤샘작업도 하고 규제기관에 쫓아가서 적극적으로 설명도 하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한수원이 지친 것 같다. 한빛원전3·4호기가 1천800일 가까이 정지되어 있는데도 가동을 서두르지 않는다. 한빛원전3·4호기가 1천800일 서 있으면 5조 원 어치의 전기를 생산하지 못한다. 한빛원전만 제대로 가동되었더라도 한국전력이 적자를 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단지 주민이 반대하면 가동하지 않는다. 월성1호기도 조기폐쇄를 했다. 경제성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월성2·3·4호기도 떨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지역주민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당장 달콤한 사탕을 받기 보다 지역사회의 든든한 배후가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남의 약한 상황을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유리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옳은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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