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재배로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청년 강소농 ||100가지의 이로움이 있다는 일해백리의
건국신화는 민족이나 국가의 기원이다. 우리에게는 단군신화가 있다. 환인의 아들 환웅이 백두산에 내려와 신단수 아래에서 신시를 열고 인간세상을 다스렸다. 이때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기를 원해서 동굴 속에서 100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으면서 기도를 했다. 인고의 시간을 견딘 곰은 사람이 되었고, 환웅과 결혼해 단군왕검을 낳았다. 우리 민족의 시조다.
수많은 채소 중에서 마늘이 단군신화에 등장한 것은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일 것이다. 마늘을 일해백리(一害百利)의 채소라고 한다. 강한 마늘 향을 제외하면 무려 백가지의 이로움이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단군신화에 마늘이 등장한 이유일 것이다.
◆왕초보의 귀농을 환영한 농심
건설회사에 다니던 남편과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아내가 생면부지의 농촌으로 들어왔다. 귀농보다는 창농(創農)에 가깝다. 가진 것은 열정뿐이었다.
가족의 반대는 당연한 일이었다. 농사일이 재미있고 정년 없이 평생 동안 할 수 있다는 말로 아내를 설득했다. 그 길로 귀농투어를 시작했다. 2017년 의성 산수유축제장에서 은인을 만났다. 주택과 농지를 소개해 주겠다면서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고 품질의 마늘 생산은 물관리
마늘은 국민 양념인 만큼 소비자들은 품질에 민감하다. 따라서 안 대표의 관심도 품질관리에 있다. 고품질을 위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배수 관리다. 마늘은 습해에 약해 수분이 많으면 생장이 지연되고 품질도 떨어진다.
◆전통시장 자리 잡기
재배는 안 대표가 하지만 판매는 아내인 김 대표의 몫이다. 그런데 김 대표의 마케팅 솜씨가 탁월하다. 지난해 8월 경산지역 목요장터에 마늘을 싣고 나갔다. 하지만 정해진 자리가 없어 한쪽 모퉁이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마침 옆자리에 할머니가 이삭 주운 자잘한 마늘을 까서 팔고 있었다. 용돈 벌이라고 했다.
소상공인진흥회 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에서 가격표시제를 실시한 점포의 매출이 11.5% 증가했으며, 이것은 고객의 신뢰도가 높아진 결과로 분석했다. 진심을 담은 마늘 한 접으로 대형 전통시장의 노른자 자리를 얻고, 가격표시제로 완판을 기록한 것은 김 대표의 타고난 마케팅 능력인지도 모른다.
◆농튜버 시골소녀 하이디
올해 들어 유튜브를 시작했다. 능숙한 인터넷 활용 능력을 농사에 접목한 것이다. 거창한 내용과 화려한 영상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마늘을 심고 가꾸는 모습과 같은 소소한 모습들을 올린다.
◆초보농부 농촌 정착기
초기 정착은 쉽지 않았다. 도시와 농촌의 간극은 생각보다 컸다. 농촌은 오후 8시만 되면 암흑천지로 변한다. 마을 입구에 있는 보안등만이 홀로 마을을 지킨다.
안 대표는 그 어둠을 견디기 어려웠다. 그나마 밝은 빛이 있는 읍내로 핑계를 만들어서 나갔다.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위안이 되었다. 이런 어려움을 다독인 것은 이웃 주민들이었다. 마음을 붙이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새마을지도자를 맡겼다. 의용소방대에도 가입해 주민들과 어울리고 봉사활동을 통해 보람도 느꼈다.
◆마늘 가공으로 부가가치 UP
귀농 4년차 초보농부에게 농촌은 희망이지만 등락을 거듭하는 농산물 가격은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풍년에는 가격이 내려가고 흉년에는 팔 물건이 적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가공을 계획하고 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단순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깐 마늘과 다진(분쇄) 마늘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모든 농산물이 그렇듯이 마늘도 1차 가공만을 거쳐도 부가가치는 크게 높아진다. 또 5만㎡ 정도로 면적을 확대해 규모의 경제화로 소득의 안정화를 도모할 계획도 갖고 있다.
가공을 통해 이웃농가와 윈윈 할 수 방안을 찾고 있는 청년 농부의 모습을 보면서 ‘모든 사람이 도시로 몰려갈 때 농부가 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했던 ‘짐 로저스’의 말이 떠올랐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