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대구·경북 행정통합

발행일 2020-06-24 13:11:2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기존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를 한 데 묶어 초광역권 자치단체를 만드는 행정통합 문제가 최근 지역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보다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인구와 경제력이 위축되고 있는 지방의 위기를 규모의 확장을 통해 돌파해 보자는 것이다.

현재 대구·경북 행정통합 작업은 지난 3월 기본구상안이 나와 대략적인 윤곽만이 제시된 수준이다. 그리고 통합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추진 동력이 될 대구 시민들과 경북 도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청회나 설명회 등은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

행정통합은 이철우 경북지사가 지난해 지역의제로 처음 제시했다. 그는 당시 2022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통합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고 구체적인 일정까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행정통합 문제는 논의 자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지역민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게 됐다.

그렇게 한동안 잊혔던 행정통합 문제는 미래통합당에서 21대 총선의 지역공약으로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약속하고, 비슷한 시기 행정통합의 밑그림이 될 기본구상안이 발표되면서 다시 논의가 재개됐다.

기본구상안에 따르면 통합 시·도의 명칭은 ‘대구경북특별자치도’로 하고, 기존 대구광역시는 대구경북특별자치도 아래 특례시로 개편된다. 이 구상안은 현재 경북도와 대구시에 보고돼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통합 논의는 지역여론에 따라 구체적인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서 통합 작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구 시민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게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기본구상안대로라면 대구시의 지위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시민들의 생활에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구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서 시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측면에서 통합 이후 변화상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통합이 이뤄져 거대 경제권이 탄생하면 기업유치나 일자리 등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미래상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통합 추진 과정과 관련해서도 시·도민들의 공감대를 얻을 방법으로 하되 그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대구에서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관련 세미나가 공식적으로 처음 열려 각계 전문가들이 통합의 장단점과 추진 방법 등을 놓고 활발한 의견을 개진했다.

한편 행정통합은 행정력의 군살 빼기와 효율성 높이기가 그 기본적 목표가 돼야 하고, 또 지방자치제는 지역의 일을 주민들이 직접 처리한다는 민주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광역자치단체인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의 행정통합은 행정통합과 지방자치제의 근본 취지와 상충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근래 중앙정부도 그렇고 지방정부 여러 곳에서도 자치단체의 경쟁력 높이기를 위해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있고,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행정통합이 1981년 대구시와 경북도의 분리 이후 계속 쇠락하고 있는 TK 지역을 살려내는 해법이 될 수 있을지가 행정통합 문제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최대 관심사이다.

◆ 통합 밑그림은

이철우 경북지사의 애초 구상에 따르면 행정통합은 △1단계, 기본계획 수립 △2단계, 주민투표 △3단계, 2021년 특별법 국회 통과 △4단계, 2022년 특별자치도 출범 등으로, 단계별로 추진하게 된다.

그 첫 단추가 경북도의 의뢰로 대구경북연구원 산하 대구경북행정통합연구단이 내놓은 기본구상안이다. 여기에 따르면 행정통합 방안은 두 가지가 연구돼 있다. 첫 번째 안이 대구경북특별자치도+대구특례시+시·군 체제이고, 두 번째 안이 대구경북특별자치도+시·군·구 체제이다.

두 안은 큰 틀에서는 특별자치도, 특례시의 2층제 체제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대구시의 지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나눠진다. 첫 번째 안의 경우 대구시는 특례시가 돼 현재의 자치권을 그대로 갖게 된다. 대신 대구의 8개 구·군은 준자치구가 되면서 지위와 권한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대구시의 반발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8개 구·군은 자치권이 약화할 가능성이 커져 반발이 예상된다.

두 번째 안은 대구시가 행정(특례)시가 되는 경우로, 대구시는 기존의 자치권을 갖지 못하고 행정관리권만 인정된다. 사실상 대구광역시가 사라지고 특별자치도에 대구 8개 구·군 체제로 개편되는 것이다. 대구시 공무원들의 반발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광역행정 수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게 된다.

◆ 통합 필요성과 기대효과는

이철우 지사는 행정통합을 제안하면서 통합 이후 대구는 서비스와 금융 중심지로, 경북은 제조업과 산업군 중심지로 해서 두 지역의 균형발전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행정통합이 나온 배경은 물론 현재 어려운 지역 상황 때문이다. 대구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1992년 이후 전국 지자체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경북은 주력산업인 모바일과 철강 생산공장이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하며 인구 고령화와 청년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 나중규 선임연구위원은 행정통합 관련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대구, 경북은 행정 분리 이후 인구는 정체되고 지역 경제력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특히 인구 산업 금융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방소멸 위기감이 커지고 이는 곧 국가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통통신 발달로 실질 생활권이 광역화하는 시대 변화를 고려하고 취수원, 교통망, 폐기물 및 하수처리 등 다양한 행정수요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실생활권에 맞게 광역행정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특별자치도의 미래에 대해 “통합할 경우 대구·경북은 인구 550만 명에 면적은 남한의 20%로 전국 지자체 중 최대 규모가 될 것이다. 또 폭넓은 자치권과 글로벌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구경북연구원이 4월 10,11일 리서치코리아에 의뢰해 시, 도민 각각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행정통합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찬성이 51.3%, 반대가 22.4%였다.

◆ 통합 앞에 놓인 과제는

행정구역 개편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협의가 전제돼야 하고, 또 광대한 면적에서 50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생활하게 되므로 이동거리 등 행정편의 측면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고려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초광역화로 인해 가령 통합 이후 지청이나 분소 등을 설치해야 할 것 같으면 결국 막대한 세금만 낭비하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깊이 새겨봐야 할 사안들이다.

대구시의회는 6월15일 행정통합 설명회를 열고 경북도의 일방적 추진과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지만 대구시의원은 “취수원 이전 등 작은 현안도 하나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정통합을 거론한 것은 너무 앞서 나간 것 같다. 대구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제일 급선무로 행정통합 효과만을 강조한다면 자칫 또 다른 역풍이 불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환 경북도의원은 5월6일 경북도의회에서 “행정통합이 정치적 이슈 제기를 위한 일회성 의제가 되지 않아야 한다. 법적·행정적 통합 절차를 밟기 위해선 도민과 시민의 동의를 얻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고 차분하고 실리 있는 공론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으로 자리가 줄어들게 될 공직사회의 반발이나 대구, 경북 31개 기초자치단체의 자치권 침해, 선거구 조정에 따른 정치권 변수 등도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다.

실제로 기본구상안이 나오자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있었다. 특례시나 행정시 중 뭐로 바뀌더라도 대구시 공무원들로서는 인사 등에서 원치 않는 변화가 있을 수 있기에 부정적 반응이 있었다. 2001년에도 당시 이의근 경북도지사와 문희갑 대구시장 사이에 통합 논의가 진행됐지만 결국 결실을 보지 못했던 적이 있다.

이밖에 국내에서 기초지자체 간 통합은 전례가 있지만 광역지자체 간에는 그런 예가 없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위적 결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지역갈등 문제나 지역정체성 상실 등의 우려도 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메인사진-최근 지역에서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지방의 위기를 돌파하는 해법으로 관심사가 되고 있다. 6월3일 행정통합 관련 학술대회가 경북대에서 열려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이철우 경북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등 참석자들이 독도 조형물을 가운데 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경북도청 제공
독도조형물을 들고 최철영 대구경북학회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이달곤 국회의원(왼쪽부터)이 함께했다. 이 독도 조형물은 동도와 서도가 만나야 독도가 되듯 대구와 경북이 만나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경북도청 제공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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