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의 역할과 정당공천제

발행일 2020-06-25 16:55:5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시욱

에녹원장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는 말이 있다. 유사한 표현으로 ‘어설픈 약국이 사람 죽인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서툴고 미숙한 사람으로 인해 크나큰 결과를 예측한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어느새 모두가 전문가에 준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흔히 가족 모임을 위한 장소 선정부터 생명과 직결되는 건강 문제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에 먼저 물어보는 흐름이 대세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정보들 대부분은 전문가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치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도 있다. 충분히 비전문가인 일반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인터넷의 발전은 정보화시대의 순기능으로 일상의 편의를 도모하는 좋은 수단임은 또한 분명하다. 이러한 정보화의 흐름 속에서 반드시 짚고 나가야 할 것들이 있다. 비전문가에 의한 정보의 확대 재생산이다. 주관적 판단을 가미한 전문 지식의 확대 재생산은 비전문가인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문지식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필요한 시점에 수정되지 않으면 사후 약방문에 그칠 수밖에 없고 고쳐나가기에는 너무 늦어 결국 포기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 그러한 정보가 바로 ‘선무당’식 정보다.

최근 김제 시의원의 불륜파동과 사퇴로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일반인들의 불륜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연인관계와 배신이라는 자기변호와 상대방 흠집 내기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지역 주민과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지난해 예천군의회 해외연수 추태 사건과 최근 모지역의 시의원 간의 쌍방폭행 등 연일 터지는 기초의원들의 소식은 암담하기조차 하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1991년 3월26일 첫 선거로 다시 시작된 지방자치제도는 약 30년의 세월이 흘러왔다. 중앙정부의 권력집중을 분산시키고 지방의 분권을 목표로 한 지방자치는 해당 지역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고자 시행되었다. 더불어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바탕으로 주민의 복리증진을 극대화시키고자 마련된 제도이다. 지방자치제도는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재정적 자립, 그리고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자치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도자체의 의의와 목적은 민주주의 근간으로 더없이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각 지역 기초의원들의 추태와 비도덕성은 과연 기초자치제도가 필요한 것인가 의문을 품게 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우리 사회와 국가 시스템의 약한 고리들이 파괴되면서 과연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무엇인가 새삼 묻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방식과 재난지원금의 분배에 따른 지역마다 상이한 입장과 진영논리에 따른 상호 공격은 지방자치의 고유 결정이 아니라 중앙정부에 예속된 집행기관으로써의 역할만 강요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단체장의 당적에 따라 옹호 세력과 반대 세력으로 양분되면서 일관적이지 못한 자치행정업무는 급기야 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 간의 몸싸움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언론과 정치권은 연일 다가올 대통령 선거를 언급하고 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3월9일 대선 이후 약 3개월 후인 6월1일이 지방의회 선거일임에도 이에 대한 담론으로는 발전하지는 않고 있다. 구태의연한 이유 같지만 이는 우리 지방자치제도의 정당공천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보인 ‘대통령 지키기’와 ‘대통령 탄핵’의 양대 진영의 슬로건 아래 모인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공약은 지역을 위한 것이 아닌 중앙정치만을 목표로 한 것이 대다수였음이 사실이다. 하물며 국회의원 선거가 이러한 상황논리로 이뤄지는데 대선 후 3개월 후인 지방의회선거가 과연 지역의 전문가를 온전히 가려내는 선거로서의 역할이 가능할까 우려된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말은 단순히 지역적 정치성향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 정당공천제의 폐단을 여실히 드러내는 말이다.

대의제 정당정치를 표방해 온 우리나라 정치제도 속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선거는 정당 공천제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분리된 지방정부의 구성과 지방 의회의원 선거에까지 정당공천제가 필요한지 고민할 필요도 있다. 정당에서 공천 받은 선무당이 지방 자치의 본질과 내용을 훼손할까 두려운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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