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일반

대구·경북 고교총동창회 (25)경북중·고

지난 1월 경북중·고등학교총동창회 정기총회 및 신년교례회가 열렸다. 총동창회는 매년 1월 3번째 화요일에 정기총회 및 신년교례회를 열고 있다. 전국에서 400여 명의 동문이 참여해 당해 연도 예산안 승인 등의 안건과 함께 동창회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선후배 간 신년 인사를 나눈다.
‘TK(대구·경북) 인맥의 산실’.

경북중·고등학교의 위상은 실로 대단했다. 고교 비평준화(1958년생 이전) 시절, 영남권 수재들이 모두 모여드는 명문고의 상징이었다.

세 줄의 흰 선(백삼선, 白三線)이 새겨진 교복은 당시 선망의 대상이었을 정도다.

실제 ‘경북고 80년사’(1996년 발행)에 나온 1970년대 경북고 출신 학생의 서울대 진학 기록을 보면 비평준화 마지막 세대인 53~58회(71~76학번)의 서울대 진학자 평균은 연 135명에 이른다.

이에 비단 TK뿐만 아니라 전국을 통틀어도 기라성 같은 인물이 대거 배출됐다.

경북중·고는 평준화 확산 이후에도 대구의 강남 8학군인 수성구로의 학교 이전을 통해 공립명문고로서 전통을 잇고 있다.

총동창회가 세운 ‘개교 1899, 敎學’이라고 새겨진 기념석
◆121년의 역사

경북중·고교의 역사는 올해로 121년이 됐다.

4년 전 까지 경북중·고의 뿌리는 일제강점기인 1961년에 설립된 대구고등보통학교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2016년 당시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던 총동창회가 1899년(대한제국 3년) 대구에 세워진 달성학교 설립 취지 및 교칙을 담은 문건을 기증받아 경북중·고와의 연관성을 확인하면서 개교 역사가 117년으로 늘어났다.

심상과와 고등과를 둔 4년제 달성학교는 지방관과 대구의 유지들이 돈을 모아 함께 세운 사립학교로 영남 최초 근대식 교육기관이었다. 일제 식민교육정책에 항거하는 구국운동을 위한 학교였다.

이후 일제는 1905년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교육정책도 식민지화 과정에 맞게 개편했고 달성학교의 심상과는 대구공립소학교로 인계하고, 고등과는 서상돈, 양기탁, 정재학 등이 국채보상운동 모금액 중에서 일부를 자금으로 1907년에 개교한 협성학교에 흡수시켰다.

조선총독부는 고등보통학교의 관제를 제정해, 협성학교를 관립대구고보에 병합시켰고 1916년 4월 대구고보는 협성학교의 학생과 물품을 인수하는 한편 신입생을 선발해 개교했다.

경북중·고가 1899년에 설립된 달성학교와 여기서 전환된 협성학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의 인적·물적 토대가 영남의 선각자·유림들의 정신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

1919년 3.1 운동 당시(대구는 3월 8일)에는 대구고보 전교생 239명 중 200여 명이 참가, 대구 만세운동을 주동했으며 항일동맹휴학·월남망국사(越南亡國史) 발표사건·비밀결사사건 등 민족정기를 밝히는 항쟁에도 앞장섰다.

확인된 항일투쟁가만 38명이다.

6.25 전쟁 때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경북중 32~34회 학생들이 학도의용군에 지원했다. 전사자가 53명에 이르며, 이 학도병을 기리는 조형물이 2.28 민주화운동 기념공원 옆 호국동산에 세워져 있다.

1960년 2·28 민주운동 때는 경북고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대구고, 경대사대부고 등 여러 고교 학생들과 함께 자유당 독재정권에 맞서 거리로 뛰쳐나가기도 했다.

2·28 민주운동은 이후 3·15 마산의거, 4·19 혁명의 도화선으로 작용해 민주화운동의 시초가 됐다.

◆자랑스런 경맥인

경북중·고는 TK는 물론 전국에서도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특히 노태우(32회 졸업)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효상(4회)·박준규(25회)·김수한(29회) 전 국회의장, 김용철(26회) 전 대법원장 등 삼부요인을 전국에서 처음 배출한 고등학교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경기고, 경남고 등지에서 삼부요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확(20회) 전 국무총리도 경북고를 나왔고 관계는 물론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등을 포함한 법조계에도 이 학교 출신이 손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숱하다.

21대 국회까지 경북고를 나온 국회의원 수만도 연인원으로 따지면 182명이다. 특히 1996년 15대 총선 때는 모두 18개의 금배지를 낳으면서 정점을 찍기도 했다.

이 밖에 문교부 장관을 역임했던 1대 교육부총리 한완상(36회), 5개의 시중·국책 은행장을 거치고 삼성·대우그룹 회장을 하다 이수그룹을 창업한 김준성(20회), 박사로 통하는 육각수 이론의 창시자인 전무식(31회) 한국과학기술자 총연합회장, 무궁화 위성 발사를 성공시킨 황보한(37회), 쌍용그룹을 창업한 김성곤(15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국내 제1호 전문경영인인 정수창(20회) 전 OB그룹 회장, 배우 강신성일(37회) 등 군·경찰, 재계, 학계, 의료계, 언론계, 종교계, 연예계 등에도 경북고 출신이 포진해 있다.

야구 명문고로도 이름을 높여 전국 규모 대회에서 30여 차례 우승했고 국민타자 이승엽(76회) 선수, 2011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사령탑 데뷔를 했던 류중일(64회) LG 트윈스 감독 등을 배출하기도 했다.

윤덕홍(46회) 전 교육부총리의 경우 5형제가, 이효상(4회) 전 국회의장은 4부자가 이 학교를 졸업하는 등 3∼4대에 걸쳐 경북고를 나오거나 5∼6부자, 4∼5형제가 모두 경북고에 다닌 사례도 적지 않다.

총동창회가 새로운 장학기금 수익사업을 위해 매입한 상가(신세계 푸드)의 모습.
◆장학회

(재)경북중고동문장학회는 1991년 8월21일 설립됐다.

총동창회는 2016년 개교 117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목표액 100억 원의 장학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1년 6개월 만에 목표액 50억 원을 돌파했으며 현재까지 약 60억 원이 모였다. 장학기금 참여 동문도 1천200여 명이 된다.

장학회는 매년 1억 원 내외로 재학생 및 모교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모교 재학생 장학금으로 80명에게 7천680만 원을 지급했다.

교사의 사기진작을 위해 우수교사 10명을 선정, 해외 연수를 제공했으며 모교 재학생이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학교 시설지원비로 2천500만 원을 사용했다.

특히 ‘경맥장학생’으로 3회 이상 선정된 학생에게는 ‘경맥장학회’에 자동 가입돼 졸업생 선배와 1:1 멘토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주는 등 선후배간 탄탄한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매년 5월 전국에서 동문 2천여 명이 참여하는 체육대회인 ‘경맥제’가 경북고 운동장에서 열린다.
◆다양한 연례 행사

총동창회는 매년 1월 3번째 화요일에 정기총회 및 신년교례회를 열고 있다.

전국에서 400여 명의 동문이 참여해 당해 연도 예산안 승인 등의 안건과 함께 동창회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선후배 간 신년 인사를 나누는 행사다.

매년 5월 대규모 체육대회인 ‘경맥제’도 열린다.

현재까지 47회 열린 경맥제에는 매년 경북고 운동장에서 개최되며 전국에서 동문 2천여 명이 참여한다.

다양한 종목의 경기를 펼치며 가족들도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매년 선후배 2기수가 주관, 경기종목과 상품 등을 구성해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오는 9월로 연기됐다.

매년 10월에는 재경경맥가을축제와 청가을체육대회가 펼쳐진다.

재경동창회가 주최하는 재경경맥가을축제는 서울에서 개최된다. 매년 1천500여 명의 동문과 가족들이 모인다. 각종 경기를 비롯한 초청가수 공연 등을 통해 동문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청가을체육대회는 보통 재경경맥가을축제 이후에 치러지며 59회 이후 기수들이 활동하는 ‘경정회’에서 주관해 경북고 운동장에서 열리고 있다.

‘젊은 피’인 경정회가 주관하는 만큼 더욱 활동적이고 의욕적으로 진행되며 상황에 따라서는 체육대회 대신 야유회나 엠티 등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이와함께 부산, 포항, 제주 등 각 지역동창회에서도 지역동문들이 모여 소규모로 체육대회 및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졸업 10주년 마다 진행되는 행사는 경맥제 전날 실시하고 있다. 이번 50주년 행사는 9~10월께 1박 2일 코스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국에서 40여개의 기수, 250여 명이 참가하는 전국합동산행도 있다. 난이도 별로 정해진 코스를 산행한 후 최종 집결지에 모여 만찬을 나눈 후 행사를 마무리한다.

매년 총동창회장배 및 재경동창회장배 골프대회, 당구대회, 바둑대회, 테니스대회 등도 개최된다.

경북중·고 , 전고·북중 총동창회 친선 교류전은 2000년 4월 양교동문의 바둑대회로 시작됐다. 사진은 19회 행사 당시 모습.
이와 함께 경북중·고 , 전고·북중 총동창회 친선 교류전도 열린다.

2000년 4월 양교동문의 바둑대회로 시작됐다. 2001년 4월 제3회 대회에서부터 바둑과 골프로 양교 친교를 다지기 시작한 이래 양교 순환방문과 양교 동문간의 친교를 위한 가교 역할에 큰 뜻을 품고 맥을 이어 가고 있다.

경맥OB합창단, 경맥 산악회, 경맥 문학회, 수경회 등의 동창 모임도 활발하다.

◆천경준 동창회장 인터뷰

‘아는 사람(知), 생각하는 사람(思), 행하는 사람(行)’.

경북고의 교훈이다.

씨젠 회장인 천경준(47회) 총동창회장은 총동창회를 자랑해달라는 말에 “경북중·고 동문들은 교훈을 누구보다도 마음 속 깊이 잘 간직하며 실천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천 회장은 “경북고에서는 경북고인은 무엇을 알 것이며, 무엇을 생각할 것이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항상 깨우치도록 가르쳤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는데 경맥인들은 이를 가장 잘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난 4월20일 회장직을 맡은 천 회장은 가장 먼저 장학사업에 몰두했다.

장학기금을 매년 일률적으로 재학생들에게 돌아가게 하기 위함이다.

천 회장은 “현재까지 동문들이 십시일반 모은 총액이 60억 정도 된다. 이를 예금해놓고 이자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자율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며 “그렇다보니 매년 장학금도 줄고 있다. 이에 매년 똑같은 장학금 지급을 위해 최근 수익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학동역 사거리에 65평 짜리 상가를 매입, 신세계푸드를 입점시켜 수익사업을 시작한 것.

그는 “은행 이자의 3배 정도의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고 자극을 받아 우리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고 기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 학교 장학회에 다시 기부를 하는 선순환 구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천 회장은 이와함께 회장직을 맡은 이후 장학회에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씨젠의 주식을 기증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기분 좋은 에피소드도 있다. 그는 “주식을 기증할때만 해도 팔면 2억 원 정도였지만 파는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씨젠의 주식이 오르면서 기증액이 약 5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고 웃어 보였다.

씨젠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만드는 회사로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 증가에 따라 주가가 상승한 것.

천 회장은 이와함께 멘토링 사업도 추진 중이다.

천 회장은 “스마트 폰을 이용해 전 동문이 멘티가 되고 멘토가 되는 사업을 시작한다”며 “학생이나 졸업생, 사회인 등 경북중고 출신 동문이라며 누구가 고민을 나누고 누구나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동문 중에는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많은만큼 서로에게 힘이 되고 힘을 주는 멘토링 사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현재 홈페이지 구축 중에 있으며 이는 경맥인들만의 특별한 혜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천 회장은 “우수한 인재는 ‘좋은 스승’과의 만남이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얘기가 있다”며 “경북고에서 다양한 계층에서 훌륭한 인물이 나와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총동창회가 좋은 스승의 역할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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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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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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